한국일보

고난과 함께 자라는 ‘창의 리더십’

2013-12-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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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목사)

누구나 살다보면 예기치 않는 고난을 겪는다. 겪는 고난을 긍정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면 절망의 나락 가운데 빠져 허덕이게 되고 때로는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경우도 흔치 않다. 그러나 직면한 고난을 긍정적인 태도를 바라보고 반응하는 사람에겐 고난이 오히려 성장과 도약의 계기가 되고 창의적 리더로 비약하는 디딤돌이 된다.
고난 자체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고난, 그것은 언제나 중립의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기회이며 가장(假裝)된 축복이다.

고난이 그냥 고난으로 끝나지 않고 창의성과 깊은 관계를 맺게 될 때, 이것을 ‘창의적 고난(creative suffering)’이라고 한다. 창의적 고난의 공식이 성립되려면 몇 가지 전제가 따른다. 첫째, 고난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 둘째, 고난에 대한 강한 인내의 정신이 요구된다. 셋째, 고난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강렬한 꿈과 비전을 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태도를 가지고 고난과 맞부딪칠 때 창의적 리더로 비약하는 비범한 인물이 된다. 대표적인 인물이 지난 5일 95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넬슨 만델라다. 만델라는 일찍이 남아공 백인 정부를 향하여 인종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종식시키는 운동을 이끌다가 체포되어 무려 27년 동안 감옥에 있었다.
백인 정부는 감옥에 갇혀있는 그에게 남아공을 떠나기만 한다면 안정된 노후를 보장해 주겠다고 회유했다. 그러나 만델라는 이 제의를 거절하고 차별받는 동족을 위하여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고난의 길을 갔다.

만델라는 1990년에 이르러서야 자유의 몸이 되었다. 이때부터 그는 남아공 전역을 순회하면서 ‘화해와 용서(마디바)’의 정신을 외쳤다. 그의 마디바 리더십은 오랜 인종 대립으로 병든 남아공을 치유했고 세계평화를 위해 큰 영향을 끼쳤다.

이 공로로 1993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듬해에는 남아공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는 재임 5년간 새 헌법을 만들고, 진실화해위원회를 설치하여 남아공의 평화와 경제 재건에 힘썼다. 위대한 인물 만델라는 그냥 된 것이 아니다. 그에게 고난이 있었으므로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었다.

구약 성경을 보면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을 정탐하고 돌아 온 두 정탐꾼의 보고를 듣자말자 두려워 떨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고난이 두려워서다.

그 자리에 머물러 현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것은 없었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하늘에서 메추라기와 만나가 내리고 반석에서 생수가 솟는다. 굳이 사서 고생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가나안으로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다가오는 고난을 피할 수 없다. 엄청난 희생을 감수해야 하고, 생명을 거는 전쟁도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다수는 모험을 거부하고 그 자리에서 편하게 살다가 죽는 “no risk”의 삶을 선택했던 것이다.

누가 리더인가. 여호수아, 갈렙, 만델라처럼 가혹 하리 만큼 힘든 고난과 시련이 다가와도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창의성에 눈뜨는 소수(小數)가 진정한 리더다. 그래서 윌리엄 펜은 일찍이 말했다. “No Cross, No C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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