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의 교회들이여!

2013-12-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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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 (목사/ 수필가)

샤르뎅(Teihard de Chardin, 1881-1955)은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신부이다. 자연과학계에서는 그를 고고학자로 혹은 지질학자로 높이 평가한다. 프랑스에서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일찍이 파스칼 사상에 심취하여 신학을 과학과 접목시켜 둘을 하나로 만든 인류학자요 진화론자요 신학자이다.

1915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신부의 옷을 입은 채로 베르단 전선으로 달려갔다. “나는 사제(司祭)이다. 나의 힘이 미치는 한 사람들에 앞장서서 세계가 사랑하고 추구하며 참고 견디고 있는 것을 깊이 자각하고 싶다. 사람들에 앞장서서 희구하고 공감하며 고통을 받으련다. 사제이기 때문에...”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는 4년 동안이나 최전선을 전전하며 부상병들을 실어 날랐다고 한다. 그는 교회가 이 지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절감했던 성직자였다. 그는 지상의 죄악이 구름 위의 교회로 날아와서 승화하기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몸소 그 죄악이 있는 지상에 발을 딛고 고통 속에서 그것을 극복했던 것이다.

20세기 최초의 교황인 바오로 12세는 “자연과 초자연은 칼로 무 자르듯 쪼갤 수는 없다.” 라고 설파한 바 있는데 그 말은 지상과 천국의 의미를 따로따로 생각할 수 없다는 말인 것이다. 육체를 떠난 영혼만의 구원을 생각한다면 교회는 굳이 세상에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샤르뎅은 ‘하늘과 땅’을 동시에 바라보는 교회 건설에 앞장섰던 것이다. 이 지상의 모든 종교의 존재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하늘만 쳐다보는 교회는 현세적인 의미가 없으며 땅만 바라보는 교회도 현실주의에 불과하니 둘 다 종교적인 의미가 없다고 할 것이다. 교회는 이 지상의 모든 가치들을 하나하나 일깨워서 천국으로 인도하는 데 그 영원한 사명이 있다. 그래서 예수께서도 모든 신도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이요 세상의 소금이니라.”고 ‘세상’이라는 말을 강조했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하늘은커녕 땅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오로지 자기 발밑만을 내려다보는 교회들을 보면서 가슴 답답함을 금할 수가 없다. 오늘의 교회가 그 이유 때문에 스스로 일대 위기에 직면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 마저도 모르고 있으니 도대체 이것이 진정 교회란 말인가!

강단에서는 거룩한 외모를 갖추고 하늘의 메시지만을 외쳐대는 성직자가 수십억 짜리 저택에 살면서 5억 이상의 외제 명품 자동차를 굴리면서 세상 사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다가 나이가 들어 은퇴할 때가 되면 은퇴 보상금 몇 십 억을 주어야 은퇴를 하겠다고 아예 노골적으로 거금을 요구했다가 제대로 안될 경우 분란을 일으켜 교회를 전쟁터로 만들어 혼란 상태에 빠뜨리게 함이 예사이다.

오늘의 교회가 이 지경이 되었으니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단행하던 16세기 당시의 교회 부패상을 훨씬 초과하고 있으며, 교회의 부패상이 사회의 부패상을 능가하고 있으니 부끄럽고 통탄스러울 뿐이다. 사랑의 표상인 십자가를 높이 내어 걸고 안에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부정과 부패를 일삼는다면 이거야말로 ‘양두구육(羊頭狗肉)’격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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