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혜의 저수지 탈무드

2013-12-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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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쓴 한권의 책은 백 권의 주석보다 낫다고 한다. 수많은 위대한 인물들이 한데 모여 수백시간을 걸쳐 이야기하고 토론한 내용을 기록한 것은 귀중한 것이다. 유대인의 지혜서 ‘탈무드’는 그것과 필적할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탈무드의 원류는 구약성서이며 구약성서를 보충하고 넓게 펼쳐 놓은 것이다. 위대한 연구학문이란 뜻의 탈무드는 바빌로니아 탈무드와 팔레스타인 탈무드가 있다. 탈무드에는 5,000년에 걸친 유대인의 지적재산, 정신적 자양이 풍부하게 집약돼 있다.

서양문명을 낳은 문화양식과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탈무드를 통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탈무드는 법전이 아니면서 법을 논하고 역사책이 아니면서 역사를 언급하고 백과사전이 아니면서 백과사전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의 모든 것은 지혜, 지식의 저수지라고 불리는 이 탈무드에서 시작하고 질문과 의문이 생활이며 항상 랍비(선생)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부모보다 랍비를 더 소중히 여긴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구전되어 오던 것을 집대성하여 ‘구전성경’으로 불리기도 하는 탈무드는 서기 3-5세기에 완성되었다. ‘구약’에 관한 현자와 선지자들의 지혜를 5,000명이상의 랍비들이 모여 10년간의 세월을 거쳐 재해석과 토론과정을 통해 편찬한 것으로서 모두 20권 1만2,000페이지, 250만 자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이 풍부하고 복잡한 이 탈무드는 랍비 아키바에 의해 최초 편집된 것으로 되어 있다.

탈무드는 기독교의 성경, 이슬람교의 코란과 함께 인류문명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책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유대인 한명 당 한 권씩은 다 갖고 있는 탈무드는 그리스도 출현이후 유대교와 협의 하에 금서목록과 전량을 소각 폐지했으나 뽑히면 뽑힐수록 밤새 돋아나는 잡초처럼 유구한 역사 속에 자생력으로 구전돼 이어져 왔다.

동족상잔의 비극(유대인이 유대인을 죽인 유다스 아카비사건과 예수를 죽인 사건)을 초래했던 유대인 한 사람이 죽음으로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유대인 제사장의 말도 이 탈무드 앞에서는 무용한 것이 되었다. 탈무드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법을 뛰어넘는 자연법이 내포되어 있어 친근감을 더해준다.

지혜의 그늘에 사는 것이 돈의 그늘에 사는 것과 같고 지혜는 천개의 눈을 가졌다 한다면 지식 지혜의 저수지인 탈무드는 우리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교훈서가 아니겠는가? 유대인중에 유독 인재가 많은 것은 그들이 이 풍부한 저수지를 일생동안 사용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성구(목회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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