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되새김질

2013-12-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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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생각

야외 하나님께서 인생의 죄를 용서하시려 제사를 드리라 했는데 짐승을 대신 할 때는 발의 굽이 갈라지고 되새김질을 하는 짐승으로 드리라 했다. 돼지는 굽이 갈라졌지만 되새김을 못하기에 제외 되었다. 우리를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돌아봄이 아닌가 싶다. 그래 제물도 되새김질 하는 짐승을 드리라는 것은 깊은 뜻을 담고 있으리라 본다.

벌써 우리는 마지막 장의 달력 앞에 서있다. 지나온 우리의 삶을 다시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자신을 돌아보며 살아가는 이민자들이 얼마나 될까? 내 자신부터 목사란 직책을 감당하느라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적었다.

지금은 은퇴를 하고서야 좁은 방에 앉아 코앞에 보이는 부엌의 도구들을 바라보며 ‘아내가 지금까지 요리하느라 수고를 얼마나 했을까’로부터 여러 가지가 오가며 교차한다. 모두가 너무 바쁘다는 핑계 앞에 다 묻어갔다.


지금 생각하니 6.25때 총탄을 뚫고 남하하던 어느 아주머니 말이 머리에 스쳐 지나간다. 아이를 업고 뛰는데 정신없이 너무 빨리 뛰다가 아이가 빠져 땅에 떨어지는 것도 몰랐단다.

지금 우리가 이민이란 특수 상황아래 세상살이가 너무 바쁘다는 환경 때문에 적당히 이해받고 자식 때문에 이민 왔다는 우리가 자식을 제대로 돌아볼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어느 부모는 이런 환경에서도 잘 자라준 자식들이 대견하다고 고마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우리의 자녀들이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해 더 많은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진정한 감사는 자신을 바르게 돌아볼 때 찾아진다.

솔직히 말해 우리의 힘으로 이룬 것이 무엇인가? 하나님이 우리를 세웠고 능력으로 채워서 자신의 도구로 사용하셨기에 오늘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부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과 열정이 결과를 도출한 줄 알고 은혜에 감사가 약한 것은 사실이다. 또 가족의 봉사와 헌신, 많은 성도들의 희생적인 믿음의 수고가 오늘을 만들어갔다.

돌아보니 은퇴라는 선을 넘어 이제야 자신을 깊이 있게 그리고 전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니 감사가 더 커진다. 가까이서 제일 많은 보조자 역할을 했던 아내의 크기를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지난 21년 동안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예배 때 반주를 맡아주었던 고마움이라든가, 말없이 기도하며 자리를 지키고 자신의 일을 갑절로 담당했던 이름 없는 성도들이 눈물이 나도록 고맙고 감사하다.

우리는 자신뿐 아니라 모든 일에 아니 앞으로 계획에 있어 자신을 되돌아봄이 참으로 귀하고 더 큰 일을 할 수가 있는 기회일 것이다. 삶의 되새김질이나 계획을 다시 짚어보는 것은 더 좋은 것을 준비하는 길이다.

우리의 환경이나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며 잠시 숨을 고르고 감이 필요하다. 이때 자신을 다잡고 더 좋은 일을 설계할 수 있다.

역사는 우리의 작은 일이 쌓여서 오늘의 세상을 이루어 간 것이다. 자신을 과소, 과대평가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서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 절대 되새김질이 필요하다. 더욱이 마지막달과 달력 장 앞에서 새로운 자기 성찰 앞에 지난날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 온 인류에게 되새김은 과제 중 과제다.


한재홍(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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