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예수와 만델라

2013-12-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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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2000년전 예수는 십자가에서 처형돼 죽음을 맞았다. 죄명은 ‘유대인의 왕’이다. “그 머리 위에 이는 유대인의 왕이라 쓴 죄패를 붙였드라(마태복음 27:37)”. 죄패는 곧 죄명이다. 예수는 총독 빌라도의 질문,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에 “네 말이 옳도다”라고 답했으나 빌라도는 예수에게서 아무런 죄를 발견 하지 못해 그를 놓아주려 했다.

그러나 못했다. 예수를 미워하는 유대인들 때문이었다. 예수를 고소한 사람은 유대인 중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대제사장, 서기관, 장로들이었다. 이 당시, 명절을 맞이하면 죄수를 풀어주는 관례가 있어 빌라도는 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예수를 풀어주려 했었다.


하지만 유명 죄수인 바라바를 대신 풀어주고 만다. 예수가 당한 십자가 처형은 극에 달하는 고통을 수반한다. 총살이나 교수형, 혹은 참수형 같은 형이 훨씬 낫다. 순간에 목숨이 날아가 고통을 없애 주기에 그렇다. 십자가형은 극형중의 극형이다. 어쨌든, 빌라도가 고집대로 유대인들의 말을 듣지 않고 예수를 그냥 풀어 주었다면? 부활도 기독교도 나타나지 않았을 게다.

예수의 고통속의 죽음은 대반전을 가져온다. 부활한 예수를 몸으로 체험한 바울과 예수의 제자들의 간증이 초대교회를 낳았다. 다음엔 성경을 낳았고 지금은 세계 3분의1의 인구가 하나님(하느님)을 믿는 기독교를 낳았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는 이 모든 것을 하나님의 섭리(Providence)속에 이루어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예수가 죽은 지 2000년이 지난 지금 또 한 사람의 죽음이 온 세계를 슬픔 속에 빠뜨려 드리고 있다. 넬슨 만델라(95)다. 만델라는 간디의 비폭력을 따랐다. 그는 백인들이 지배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변호사가 돼 정부의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한다. 그러나 비폭력자체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무장으로 대신한다.

1960년 흑인 70여명이 비폭력저항시위에 참여했다 숨지는 샤퍼빌대학살이 일어나자 그는 무장투쟁을 시도하다 체포(1962)된다. 1963년 케이프타운 로벤섬에 이감된 후 반역죄로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이로부터 27년을 복역(복역중 용서와 화해 선포)하고 1990년 석방(72)된다. 그후 ANC(아프리카민족회의) 총재가 된다.

그는 1993년 남아공대통령 드 클레르크와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1994년 남아공 최초의 자유선거에서 대통령이 됐다.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결성해 용서와 화해를 통한 과거사 청산을 이끌어 죄를 뉘우친 사람에겐 무조건 용서를 실시했다. 그리고 종신토록 대통령에 머물라는 국민들의 권고를 뒤로하고 4년 뒤 물러난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그는 계속해 국제평화운동과 에이즈환자지원 및 퇴치를 위한 사회운동을 벌여오다 지난 12월5일 호흡기에 의존하지 않은 채 평온한 얼굴로 죽음을 맞았다. 예수의 죽음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33세에 요절한 예수. 95세에 호상한 만델라. 예수는 죄수의 장례식이라 너무나도 초라했는데, 만델라는?

정상만 91개국이 참석했다. 70개국 정상이 참석했던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2세 장례식을 훨씬 능가한 인류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뿐만이 아니다. 반기문유엔사무총장, 부시를 위시한 전직국가수반 10명, 종교지도자 14명, 국가 사절 86명, 재계와 연예계 인사 75명등 10만명이 참석해 과히 세기의 장례식이 되었다.

“빌라도는 예수께서 벌써 죽었을까 하고 이상히 여겨 백부장을 불러 죽은지 오래냐 묻고 백부장에게 알아 본 후에 요셉에게 시체를 내어 주는지라. 요셉이 세마포를 사고 예수를 내려다가 싸서 바위 속에 판 무덤에 넣어두고 돌을 굴려 무덤문에 놓으매 때에 막달라 마리아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가 예수 둔 곳을 보더라”(마가복음15:44-47).

예수의 장례장면이다. 사랑과 용서를 이 땅에 널리 접목시킨 자는 예수다. 그는 2000년전,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태복음5:44)했다. 2000년후 그 사랑을 만델라는 몸으로 실천했다. 평화의 왕, 아기예수탄생의 날이 곧 도래한다. 용서와 화해, 평화와 사랑이 온 누리에 널리 퍼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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