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류의 별 만델라와 북한의 인권

2013-12-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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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한 나라의 대통령이 사람을 보내 감옥에 갇힌 한 젊은이를 만나려고 했다. 그 젊은이는 옷을 한 벌 해주면 만나겠노라고 하였다. 그 소리를 전해들은 대통령이 그에게 옷 한 벌을 해주라고 하여 그 젊은이는 그 옷을 입고 대통령과 대면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나는 예의를 지키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바로 평생을 자유와 인권, 정의를 위해 살다 지난 5일 타계한 남아공의 국부이자 세계 인권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다. 그는 인권에는 투쟁적이었으나 대통령에 대한 예의만큼은 갖출 줄 아는 신사였으며, 누구보다 소신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이제 그의 자서전 제목처럼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에서 고단하고 힘겨웠던 질곡의 95년 생을 뒤로 하고 평온히 잠들었다.

‘살아있는 성자’로 추앙받던 만델라는 백인 정권의 흑인차별 정책에 맞서 ‘아프리카 회의(현 ANC 집권당)’를 이끌며 투쟁하다 투옥돼 27년이나 고된 수감생활을 했다. 출감 후에도 정적에게 손을 내미는 화해와 용서의 정책을 펼쳐 199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돼 세계인의 존경을 받아 왔다.


힘없는 자들의 인권을 위해 목숨을 내걸고 투쟁해온 그의 희생적 삶, 그로 인해 인류에게 남겨놓은 그의 업적과 유산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그를 추모하는 애도의 물결이 지구촌을 덮고 있다. 그의 추도식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비롯, 미국의 클린턴과 부시, 오바마 등 전 현직 대통령과 영국, 프랑스 등 100여명 정상과 수만명의 인파가 참여, 그는 죽어서도 지구촌을 인종과 종파를 떠나 화합의 장으로 장식했다.
만델라가 우리에게 특히 기억되는 것은 대통령 취임 후 그가 바로 한국을 찾아 인권을 부르짖던 생전의 모습과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북한주민의 처절한 현실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만델라는 당시 한국방문 연설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을 위해 공동 노력해 나가자고 역설했다.
하지만 아직도 북한의 수천만 주민들은 김정은 폭정하에 신음하고 있다. 그들은 먹을 것이 없어 국경을 넘다가 잡혀 다시 송환돼 처형되거나 수용소에 감금된다. 국경을 넘더라도 중국공안원의 눈을 피해 지하생활을 하거나 인신매매단에 팔려가는 것이 그들의 현실이다.
누가 이들의 소중한 인권을 되찾아 줄 것인가. 그런데도 북한은 여전히 3대에 걸친 피의 정치, 공포정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이 방송을 통해 북한의 2인자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을 지도자회의 석상에서 반역, 반혁명 등의 죄목을 씌워 공개적으로 끌어내는 가하면, 김정은은 어느 누구도 정권유지에 위해가 되는 자는 지위고하, 업적을 불문하고 용서치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제 곧 장성택의 측근들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숙청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오로지 정권유지에만 혈안이 되고 있는 북한 땅에 언제나 자유와 인권이 회복될 수 있을까. 점점 멀게만 느껴지는 북한의 동향을 접할수록 만델라의 족적이 더욱 가슴깊이 와 닿는다. 그는 평생동안 인간의 기본권리인 인권의 중요성을 부르짖었다.
그는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이 아름다운 나라에 사람에 의해 사람이 억압받는 일이 결코, 결코, 결코,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자유가 흘러넘치도록 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 외침이 인권이 얼어붙은 북한 동토에도 메아리쳐 하루 속히 북한 주민들이 인권을 되찾아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그 날이 올수 있기를 고대한다.

남아공의 전설로 통하는 만델라, 그는 흑인 노예해방을 가져온 에이브러햄 링컨에 버금가는 이 시대가 낳은 위대한 영웅이자, 거목이었다. 지구촌의 어두움을 불 밝히고 절망을 희망으로 승화시킨 인류의 별, 세기의 빛이었다. 이제 그는 우리 곁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명언들은 지구촌 곳곳에 널리 퍼져 세계인의 가슴에 울림으로 남아있다. 그의 고귀한 영전에 한 송이 꽃을 바친다. “함바칼레 마디바(잘 가세요) 만델라!”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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