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2월은 내주는 계절

2013-12-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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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 앞을 거저 지나치는 사람이 없는 훈훈한 12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나가 이 달은 싼타클로스가 되어야 할 사랑의 계절이다.

4세기 지중해 연안에 케일이란 마을이 있었다. 이 지방 교회 감독으로 니콜라스라는 사제가 살았다. 로마의 기독교 박해 시절에는 감옥에도 오래 갇혀있었는데 병든 죄수들을 간호하는 등, 사랑이 넘쳤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성자로 불렀다. 감옥에서 풀려난 후 성탄 때가 되면 그는 평소에 거두었던 식량이나 옷을 가난한 집의 문밖에 말없이 놓고 갔다. 니콜라스의 선행은 해마다 성탄 계절에 실시되었으며 산타 니콜라스(Santa Nicholas)란 발음이 산타크로스가 된 것이다. 따라서 산타크로스의 정신은 남몰래 도와주는 사랑이다. 그것이 곧 성탄절의 주인공인 예수의 정신이기 때문에 성탄 절기는 주는 계절, 사랑을 실천하는 때가 되어야 한다.


역대 뉴욕 시장 중 가장 훌륭한 시장으로 알려진 사람이 라과디아(Fiorello LaGuadia,1934-45 재임)씨이다. 그가 뉴욕의 즉결 재판부 판사로 있었던 어느 12월, 빵을 훔치다가 잡혀 온 노인이 있었다. 배고파서 훔친 것이었다. 라과디아 판사는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의 행위는 10달러의 벌금형에 해당됩니다.” 그는 자기 지갑에서 10달러를 꺼냈다. “벌금 10달러는 내가 내겠습니다. 이토록 배고픈 사람이 뉴욕 거리를 헤매고 있었는데 내가 그 동안 너무 많은 음식을 먹은 벌금으로 내는 것입니다.” 라과디아 판사는 그 유명한 넓은 중절모자를 재판부 서기인 베일리프 씨에게 내주며 말하였다. “이 재판정에 계신 분들도 나처럼 너무 잘 먹은 데에 대한 벌금을 내고 싶으면 이 모자에 넣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해서 가난한 노인은 오히려 47달러를 손에 들고 눈물을 흘리며 재판정을 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사람이 호흡하고 살려면 들이마시기만 해서는 안 된다. 내뿜는 호흡도 있어야 한다. 벌기도 잘 해야 하지만 내주는 일에도 멋진 인간이 되어야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진짜 저축은 필요한 사람에게 내준 물질과 사랑이다.

뉴저지 주 패터슨에 리보라는 17세의 소년이 있다. 그는 손재주가 있어서 5년 전부터 자전거 수리를 시작하였다. 틈틈이 이웃을 다니며 안 쓰는 자전거를 기증 받는다. 그것들을 수리해서 크리스마스 때 가난한 아이나 복지 시설에 선물하는 것이다. 연간 20대나 선물한다고 하니 정말 훌륭한 소년이다.

사랑이란 주는 것이다. 악보는 연주되어야 음악이 되고 종은 울려야 종이 되는 것처럼 사랑도 내주어야 사랑이 된다. 사랑은 관심이다. 마음이 통하기 위해서는 나눈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은 교통 혹은 통신이란 뜻인데 라틴어에 코뮤너스(Communus)에서 나왔다. 직역하면 ‘짐을 함께 진다’는 것이다. 소통이 잘 되기 위해서는 책임과 짐을 함께 지는 사랑의 나눔이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파생된 말 일것이다.

성경에서 사랑은 아가페란 그리스어로 표현되었는데 그것은 내어주는 사랑, 곧 희생적인 사랑을 나타낸다. 바람직한 12월은 아가페의 달이 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안에 있는 사람은 하나님 안에 있고, 하나님도 그 사람안에 계십니다.(요한 1서 4장 16절)’

12월은 놀고 마시고 먹는 달이 아니라 사랑을 주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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