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안중근과 서재필

2013-12-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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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근대 한국사에 굵고 진한 발자취를 남긴 두 위인이 있다. 안중근과 서재필, 그들의 이름이 요즘 회자되고 있다. 안중근(1879~1910) 의사(義士) 기념표지석 설치작업에 대해 세계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는 11월23일자에 안의사의 표지석 건립을 둘러싼 한 중 일, 세 나라의 시각과 배경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6월 ‘하얼빈역 안의사 의거 현장에 기념표지석을 설치하도록 협조해달라’는 한국정부의 요청에 중국은 얼마 전 기념비 설치사업에 착수했다고 한다.1909년 10월 26일 조선총독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 역에서 사살, 국권 회복을 위한 우리의 의지를 세계만방에 알린 안중근 의사, 이 불멸의 영웅에 대해 세코 히로시게 일본 관방 부(副)장관은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해 사형판결을 받은 범죄자”라고 폄하하며 “상징물이 결코 한일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의 우익주의자들은 여전히 갇힌 섬나라의 옹졸함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의거 후 뤼순 감옥에 갇힌 안중근을 옆에서 지켜본 지바 도시치 일본군 헌병은 안중근의 사상과 인품에 감명을 받아 안중근의 명복을 빌며 그를 기렸다. 안중근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은 군인의 본분)’을 비롯한 유묵들이 한국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덕분이다.

2010년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를 맞아 작가 이문열은 소설 ‘불멸’에서 불꽃처럼 자신을 불태우고 스러진 30년 6개월 남짓한 안중근의 짧은 삶과 고뇌를 다루었고 뉴욕 링컨센터 무대에도 올랐던 뮤지컬 ‘영웅’은 지금도 한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안중근은 이토를 왜 죽였나는 검찰관의 질문에 1.명성황후를 죽인 죄 2.고종황제를 왕의 자리에서 내친 죄 3.을사조약과 한일신협약을 강제로 맺은 죄 4.독립을 요구하는 죄 없는 한국인들을 마구 죽인 죄 5.정권을 강제로 빼앗아 통감정치체제로 바꾼 죄 6.제일은행권 지폐를 강제로 사용하여 경제를 혼란에 빠뜨린 죄 7.한국 군대를 강제로 해산시킨 죄 8.민족교육을 방해한 죄 9.한국을 식민지로 만든 죄 10.한국사를 없애고 교과서를 모두 빼앗아 불태워버린 죄 11.한국인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고 세계에 거짓말을 퍼뜨린 죄 12.대륙을 침략하여 동양의 평화를 깨뜨린 죄 등을 조목조목 들었다. 이렇게 이토의 죄는 넘치고 넘친다.

한편, 2014년 서재필 박사 탄생 150주년을 앞두고 기념우표 2종이 발행됐다. 필라델피아의 서재필 기념재단은 하나는 서재필 박사 기념우표, 다른 하나는 서재필 박사가 창간한 독립신문 기념우표라고 밝혔다. 이 기념우표는 미공식 우표제작회사 뉴저지 미디어조아에서 제작, 우편국의 정식 인가를 받은 이 우표는 미국내 우표로서도 사용가능하다 한다.

서재필(1864~1951) 박사는 식민지 시대와 해방정국을 거치며 독립신문을 발행하고 계몽운동을 펼친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다. 미국 이름은 필립 제이슨(Phillip Jaisohn), 그는 1884년 갑신정변 실패후 미국에 망명했고 1892년 한인최초로 미국의대를 졸업했다.

망명생활 10년 만에 조국의 부름을 받고 독립신문 창간, 독립문 완공 등 눈부신 활동을 펼치다가 러시아, 일본 등의 강요로 인해 미국으로 돌아오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그는 한국민의 단결과 각성을 일깨웠고 미 전국에 미주한국친우회를 결성, 미국 여론을 움직였다.

미주 한인들은 그의 필라델피아 집을 서재필 기념관으로 만들었고 기념관 건립 후원회 기금모금의 밤이 뉴욕에서도 열리는 등 서재필은 우리 가까이 있다.
이 우표가 필라델피아 서재필 기념관과 의료센터뿐만 아니라 미주지역 한인사회에 널리 비치, 판매되고 한국에까지 널리 퍼져서 한국인의 독립정신과 민주주의 역사를 널리 알리기를 기대한다.

자신의 안위 챙기기에 급급한 정치인이 많은 요즘 시대에 시퍼런 절개를 지닌 강건한 영웅과 삶을 개척하여 살 길을 열어준 선구자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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