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북아 물류국가의 비전

2013-11-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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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김정은은 최근 핵과 경제건설을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정책을 골자로 하는 국가전략을 천명한바 있다. 결국 핵으로는 경제위기로 몰락해가는 북한을 회생시킬 수 없기에 두 가지를 병행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러 유라시아 철도 건설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을 통과하는 한반도 종단철도(TKR)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될 경우 유라시아 실크로드가 다시금 열려 동양과 유럽을 잇는 중세무역의 중심역할지로 부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동북아경제권의 허브역할을 하게 되어 부산에서 마드리드까지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대륙을 관통하는 유라시아 철도와의 연결은 부산에서 태평양으로 뻗어나가며 대륙과 해양을 잇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한반도전체는 동북아뿐 아니라 세계경제의 중심지가 된다. 대륙과 해양을 잇는 유럽의 물류국가인 네델란드가 누리는 경제적 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한국은 앞으로 세계경제를 주도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종단철도의 개통으로 인한 남북한의 경제이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 종단철도의 예상수익은 2012년을 기준으로 물동량이 7,547톤에서 2020년에는 14,420톤으로 배가 늘어날 것이고 운임수익은 2,264억 원으로 증가될 것이다.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4,000억 원 이상이 된다. 이로써 한반도종단철도의 공사비용인 2조원을 10년새 모두 회수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의 연결로 철의 실크로드시대를 주도하는 동북아 물류국가로서 허브역할을 할 수 있다. 해상운송에만 의존하던 물류시스템이 개편되어 육로를 통하며 관통지역의 무역교량이 증가할뿐 아니라 엄청난 운송비용과 시간이 절감될 것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이다.


북한도 연간 1억 8000만 달러라는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며 북한지역이 국제화될 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 등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북한투자가 가속화될 것이다. 러시아 또한 낙후지역인 극동, 시베리아 지역의 개발은 물론 보스토치나항 등 극동항구의 물류 포화상태가 개선되고 유라시아 교통망 구축의 로드맵이 실현되어 러시아 경제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하게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한 후 체결된 한-러 경제협력안의 골자는 물류와 에너지사업이다. 물류분야는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연결로 장기적으로 부산에서 유럽까지 실크로드 엑스프레스(SRX)를 통한 철도 연결이 핵심이고 에너지분야는 전력망, 가스관, 송유관등 에너지 인프라 연계다. 조기 추진과제로 양국이 합의한 나진(북한)-하산(러시아)물류사업 프로젝트는 이미 상당히 진척되었고 그 실현성도 매우 크다. 남.북.러 3각 프로젝트인 이 사업이 성공할 경우 철도를 매개로 공동의 경제이익추구와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남북한과 러시아는 많은 경제협력 사업에 매진할 수 있다.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경제협력이라는 차원에서 남북한과 러시아는 새로운 동맹관계를 형성하며 동북아에서 무한한 발전을 할 수 있다.

동북아물류국가의 비전을 완성하는 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는 시발점이 될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는 2000년 푸틴 대통령과 김정일이 합의하면서 시작되었다. 2008년부터 49년간 북한의 나진에서 러시아의 하산지역까지 54km구간의 철도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골자다. 부수적으로 나진항 3호 부두 개발, 운영과 나진구 21ha개발, 운영도 포함된다. 사업주체로는 러시아가 70%, 북한이 30%의 지분을 가진 합작회사인 라손콘트란스이다. 그러나 한국의 포스코, 현대상선, 코레일로 이루어진 한국기업 컨소시엄이 러시아 지분 70%의 절반가량을 인수할 예정으로 러시아에 지분을 투자한 우리 기업들이 인수하는 형태라 정부의 부담도 적고 기업들 또한 북한과의 민감한 정치적 마찰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한-러 정상공동성명을 통해 나진-하산 물류사업에 우리기업 참여를 본격적으로 합의한바 투자기업들이 북한나진에 진출해야 하나 국민의 방북을 불허하고 북한의 신규투자를 금지하는 5.24조치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 합의한 한반도를 관통하는 천연가스파이프라인(PNG) 설치가 북한지역을 통과해야 함으로 북한의 동의 없이는 설치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앞으로 남북경제협력은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을 발판으로 동북아 물류국가의 비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얻게 될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주지시킨다면 북한의 경제난과 핵문제도 부수적으로 해결되고 북한 개방을 앞당길 뿐 아니라 통일의 길도 그만큼 빨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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