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먹거리 이물질 이제는 사라지길…

2013-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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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하(사회1팀 기자)

요즘 먹거리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제보를 심심찮게 받고 있다. 라텍스 고무장갑과 공장 기계를 돌릴 때 사용할법한 고무벨트 조각이 각기 다른 만두제품 속에서 발견됐고 70대 노인이 한입 베어 문 떡에선 날카로운 알루미늄 조각이 나와 상해를 입혔다.

지난주에는 대기업 계열의 한 김치업체가 만든 열무김치에서 성인 새끼손가락 길이의 배추 애벌레가 죽은 상태로 김치 양념과 버무려져 있었다. 취재를 진행하던 과정에서 배추 애벌레가 나온 김치업체 관계자에게 물었다. “이런 애벌레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인가요?” 너무도 솔직했던 이 관계자는 “다른 이물질이 나온 적은 많았다. 그런데 애벌레는 처음”이라는 웃지 못할 답변을 하고야 말았다.


통상 먹거리 이물질 관련 제보가 들어오면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피해고객을 비롯해 해당 식품업체 담당자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을 최종 파악해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잘못된 업체를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건 정당한 언론의 역할이지만 그렇지도 않은 업체를 몰아세우는 건 언론의 권력 남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마 전 모 컵라면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제보가 들어왔지만 정상적인 유통과정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올 수 없는 제품이라는 것이 확인돼 기사화되지 못했다. 먹거리 이물질 취재를 하다 보면 종종 ‘사람이 하는 일인데 그럴 수도 있지’라는 반응을 보이는 업체들이 있다. 또한 피해를 호소한 고객을 마치 ‘보상을 바라는 사람’ 정도로 인식하는 업체 관계자들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용감하게 이들 식품회사들에 맞서온 제보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이들의 ‘용기’는 우리의 식탁을 조금 더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라텍스 고무장갑이 발견된 대기업 만두 제조회사는 전 공정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유통된 만두를 전량 회수 조치했다. 배추 애벌레가 나온 김치업체는 제조 과정에 있는 모든 재료에 대한 추가 세척을 실시했고 직원들에게 위생의 중요성을 또 한 번 강조했다.

물론 시간낭비, 돈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식품회사들에겐 분명 식품 안전을 더 중요하게 인식하는 좋은 교훈이 됐을 것이다. 조금 아팠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얻은 교훈은 언젠가 소비자와의 신뢰라는 이름으로 되돌아올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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