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비무환

2013-11-1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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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구(목사)

한국방문시 신라 천년 유적지 경주를 방문했다. 초등학교 6학년 졸업생에게 베풀어준 수학여행으로 들뜬 마음으로 학생들은 경주를 방문했다. 지금으로부터 58년 전 일이다.

토함산, 불국사, 석굴암, 포석정, 안압지, 천마총, 여러 왕릉, 첨성대, 황룡사, 다보탑, 석가탑 등 992년간 옛 신라의 서울이었던 천년수도 경주, 예로부터 서라벌이라 불리던 경주는 곧 천년왕국 신라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도시였다.


58년 전 보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 땅에 살았던 사람들만 바뀌었다. 산천은 유구하되 인걸은 간데없이 살아져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 있었다. 앞으로 몇 년 후면 지금 이 땅의 주인들도 사라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천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년 같은 역사의 흐름이 보일 뿐이다. 현자 솔로몬 왕이 읊었던 싯귀 ‘모든 인생살이는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는 인생무상시가 저절로 떠오른다.

잠시 머물다 가는 인생, 구름 같은 인생, 그림자 같은 인생, 나그네 인생,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다. 과거 이름난 제왕들, 문무백관들, 장군들 기억해 주는 자 없다. 후세대는 이전 세대를 기억함이 없나니… 인간수명 70이요 강건하면 80의 삶을 살다가 모두 빈손으로 이 땅을 떠나 한줌의 흙으로 돌아간다.

제 수명 다 산다 해도 조금밖에 안 되는 세월인데, 삼국시대부터 땅따먹기를 좋아하는 임금 대신 장군들 때문에 수많은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일찍 유명을 달리했는가? 그런데 철부지 애송이 김정은은 애비로부터 물려받은 공산화 통일 전쟁을 위해 광분하고 있으니 누가 타일러 깨우쳐 줄 것인가?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룬 태종무열왕의 아들 문무왕은 동궁과 월지(안압지)에서 전쟁을 하지 않는다고 선포하고 여흥만 즐겼다고 한다. 많은 후궁들과 대신들과 함께 술과 춤, 여흥으로 세월을 보내겠다고 결심하고 주지육림에 빠졌다. 부친 시대에 죽고 죽이는 전쟁에 신물이 난 것이다.

신라는 이때부터 망하기 시작한다. 그 후부터 왕들과 문무백관들은 포석정, 안압지 등에서 여흥을 즐기다가 후백제의 견훤이 이끌고 온 군사에 의해 신라는 패망했고 신라 마지막 임금 56대 경순왕은 고려의 왕건에게 나라를 바치면서 천년의 신라는 사라진다.

평화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호전적 적이 있는 한 무장으로 방비치 않으면 반드시 망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여러 전쟁기념비에는 ‘FREEDOM IS NOT FREE’ 라고 새겨져있다. 9/11 테러주범 빈 라덴을 잡는데 10년간 4조 달러(4,100조원, 한국1년 예산 357조의 11배)를 소비했다.

7년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장군의 명언 ‘즉사필생 즉생필사’란 말을 기억해야 한다. 죽기를 각오하고 전쟁하면 살고, 살겠다고 도망치면 필히 죽는다.
금년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북한은 계속하여 전쟁위협을 해왔다. 그러나 4월 버락 오바마 미대통령이 백악관 브리핑에서 밝힌 “북한은 아직 소형화 핵무기를 갖추지 못했다.

2015년 정도면 소형화에 성공할 것이다.” 라는 예견을 한국 정부는 예의분석하고 대비책을 모색해야한다. 유비무환 즉 비상시를 항상 준비해야 환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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