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통사고와 한국인들의 대처

2013-11-18 (월)
크게 작게
박중돈 (법정통역사)

한인들이 운전 중에 다른 차와 접촉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 양쪽이 서로 상대방의 과실이라 우기며 싸움판이 벌어지는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경찰을 불러 사고 보고를 하고 보험처리를 하면 될 일을 가지고 왜 싸움판을 벌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국인들의 보편적 습성인 화를 참지 못하는 것이 원인인성 싶다.

차와 관련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 경찰을 불러 사고 처리를 하는 것은 우선 옳은 절차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역시 한국식 무리수를 써서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있었다.


한 한국인 유학생 청년이 어느 날 미국인 여성이 운전하는 차량과 미미한 접촉 사고가 일어난 일이 있었다. 학생은 이는 분명히 그 여성의 과실인 것으로 확신하고 경찰을 불러서 사고 처리를 하고 싶은데 이 여성은 사고 자체가 너무 미미해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우기며 이 학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떠나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래서 이 학생은 그 여인이 손에 들고 있는 차의 열쇠와 휴대전화를 빼앗아 놓고 경찰을 불렀다. 금방 도착한 경찰에게 양쪽이 모두 상황 설명을 했다.

그런데 설명을 들은 경찰이 뜻밖에도 교통사고 문제는 거론조차 하지 않고 엉뚱하게도 이 학생이 불법행위를 했다면서 체포하는 것이었다. 학생이 열쇠와 전화기를 강제로 빼앗으며 여인에게 겁을 먹게 했다는 혐의로 체포한 것이었다. 경찰서로 연행되어 이튿날 법원에 입건 될 때까지 유치장에 있는 동안에 경찰이 이 학생의 체류신분을 이민국에 조회를 한 모양이었다.

이에 이민국은 법원에 신병인수통보 서류를 첨부하였다. 학생의 설명으로는 합법적 학생비자로 이곳에 체류하고 있다는데 불법체류신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민국이 이런 통보를 하는 것은 유죄로 판결이 나올 경우에 추방재판을 고려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우리는 우선 이 학생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교통사고 보고를 위해 경찰을 부른 것은 당연히 정당한 일인 것인데 현장을 떠나겠다는 여인을 붙잡아 둘 생각으로 열쇠와 전화기를 잡아 둔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일종의 강도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고 이 때문에 여인이 위협을 느꼈다면 이 또한 이쪽에서 원인 제공을 한 것이 되는 것이다. 여인이 떠나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이고 다만 경찰이 왔을 적에 여인이 사고 현장을 떠났다는 고통규칙 위반에 관한 보고를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 학생은 법원의 입건재판(보석재판)에서 이민국의 신병인수 통보가 참고 되어 소액의 보석금이 명령되었고 또한 이민국의 신병인수 통보 때문에 석방되지 못하고 구속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이 사건의 경황은 전혀 형사 입건이 될 만한 일이 아닌 것이라서 기껏해야 형사범죄가 아닌 위반급인 풍기 문란 정도로 끝날 것이고 이민국의 신병인수 역시 저절로 풀리고 말 것이지만 이 과정에서 학생이 겪은 고초와 이 때문에 쓴 변호사 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엄청난 손실을 입은 것이다. 아주 사소한 감정처리 때문에 일어난 엄청난 결과가 된 사건이 되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