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연재해 피할 수 없나

2013-11-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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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이 지구상에 파랑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 모르는 욕망 때문에 쉴 새 없이 파랑새를 쫓아다니기에 정신이 없다. 부귀영화를 무한정 누리려고 하는 욕심, 지구상에 영원히 불사조로 남고 싶어 하는 착각, 지구상 모든 불가사의의 표상은 마침내 신의 경지에까지 이르려고 하는 욕망의 무덤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잘난 두뇌는 급기야 달나라를 정복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초고층 빌딩이 올라가고, 과연 인간의 욕심의 끝은 어디일까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는 어느 누구도 굴복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가 인간이다.

이번 필리핀의 한 해변도시에서 발생한 수퍼 태풍 ‘하이옌’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렸다. 천재지변 앞에는 권력이나 명예, 아무리 부를 많이 소유했어도 어느 누구 하나 대적할 수없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사상 최악의 하이옌은 해변가의 한 도시를 일순간에 삼켜버려 생지옥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현장을 초토화시켰다. 2,000명이 사망한 피해지역은 전체가 쓰레기 더미로 변해버렸고 시신이 여기저기 둥둥 떠다니고 교통과 통신이 두절됐으며 먹을 물과 식료품조차 구할 수 없는 마치 전쟁후 폐허를 방불케 할 만큼 참혹했다.
이번 사태는 이미 9년 전 히로시마 원자폭탄 위력의 지진해일이 해변도시를 덮치면서 엄청난 인명피해를 낳은 최악의 인도네시아(사망자 20여만) 쓰나미에 이어, 2년 전 일본(사망자 약1만5,000)에서 발생한 충격과 공포의 쓰나미 대 참사때 엄청난 위력의 파도가 순식간에 도시전체를 덮쳐 아수라장이 된 끔찍한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필리핀에 또 다른 해일이 진행될 조짐이 있다는데 인간이 언제까지 이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을 수 있는가. 일본 쓰나미 사태발생 전 이미 대규모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고 조직적으로 인구소개작업이 있어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이긴 했다고 한다. 또 어떤 지역은 한 전문가의 대비경고가 있었는데 그 사실을 귀담아 듣지 않아 더 큰 화를 입었다는 후문도 없지 않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쓰나미의 원인 역시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서 왔을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고 한다.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으로 인간이 저지르는 화석연료의 오남용의 퇴치 노력이 무엇보다 급선무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분석이다.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는 “지구는 인간이 검소하게 살기는 한없이 풍족하지만 사치스럽게 살기에는 한없이 척박한 땅”이라고 하였다. 지구를 인간이 잘 지키고 보살피면 살기에 좋은 곳이지만 훼손하고 함부로 이용하면 황폐해져 결국 쓸모없는 곳이 된다는 의미다.

최근 열린 유엔기후협약 총회에서 필리핀 대표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한 국제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자연재해 방지를 위한 세계적인 노력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은 물론, 국가가 하나 되어 펼치는 온난화 방지, 지구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얼마 전 유엔 산하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평가보고서를 통해 특히 기후변화의 주범이 인간이라는 사실이 95% 확실하다고 밝힌 바 있다. IPCC에 따르면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1세기 말 지구해수면은 29-91.4센티미터 상승할 수 있다고 한다. 무한정 인간이 저지르는 환경오염에서 지구표면 온도 상승의 기후변화를 결코 피할 수 없음을 확인시켜 주는 결과이다.

인류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천재지변이다. 대자연의 재앙을 피하려면 자연을 내 몸처럼 잘 보살펴야 한다. 그것은 기후변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길밖에 없다. 전 세계의 발 빠른 구조활동으로 고통에 처한 필리핀의 이재민들이 한시바삐 정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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