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철학과 진리의 빛

2013-11-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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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구(목회학 석사)

철학이 오늘날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의 모험정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갑자기 등장한 ‘분열’ 과학은 철학에서 옛날의 드넓은 영토를 하나씩 차례로 훔쳐나갔다. 우주론은 천문학과 지질학으로 갈라졌고 자연철학은 생물학과 물리학으로 떨어져 나갔으며 요즈음은 정신철학에서 심리학이 싹터 나왔다.

모든 진지하고 결정적인 문제는 철학에서 빠져나갔다. 이제 철학은 물질의 본질과도 생명이나 생성, 신비와도 아무런 연관이 없어졌다. 그래서 과학은 감각이며 철학은 영혼이라 했고, 철학이 없는 과학의 지식은 무질서한 마음에 찾아드는 지각처럼 혼돈되고 걷잡을 수 없게 되어 바보가 가지고 있는 지식에 불과할 뿐이라고 했다. 이제 철학에서 남은 것은 형이상학뿐이다.


철학이 가장 보편화된 지식이라면 그 보편화된 지식 때문에 소크라테스는 철학을 위해 순교했으며 이탈리아의 브루너는 화형의 재물이 되었고 플라톤은 두 번이나 죽음에 직면해야 했다. 이탈리아의 왕 마르크스 아울레스는 왕관보다 철학을 더 열정적으로 사랑했고 독일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위세 당당한 장군들이 잠자리로 물러가면 한밤중에 시민과 철학자들을 불러 고아한 잔치를 열고 그들만의 무한한 왕국과 영원한 지배에 부러움을 느끼곤 했다고 한다.

신화속의 시벨라는 1,000년을 살았다고 한다. 그는 모래를 한웅큼 집어 “이 모래알만큼 생일이 있게 해주오.” 라고 신에게 간청했다. 과연 우리는 한웅큼의 콩을 집어 이 콩알만큼 생일이 있게 해준다면 이제 몇 개나 남았고 몇 마일리지나 생이 남았을까?

보잘 것 없는 철학은 인간을 무신론으로 기울어지게 하지만 심원한 철학은 인간의 정신을 신앙으로 이끌어 간다. 비록 철학이 형이상학만 남았다 할지라도 철학은 인생의 나침반이요 길잡이다.

우리는 이 시대에 분리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면 오늘의 주인이며 소중하고 멋진 인생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지금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것에 전력을 기울이고 산다면 족하리라. 위대한 인물들은 언제나 서로를 유별나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하라 했고 성경에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이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자기의 유익을 위해 구치 말고 남의 유익을 위해 구하라 했다. 철학이 길잡이라면 신학은 등불이며 갈릴리 언덕의 예수그리스도의 빛은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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