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줄 세우기 투표’ 언제까지

2013-11-07 (목)
크게 작게
조진우(사회 1팀 기자)

“매년 투표를 하지만 후보는 누군지, 공약과 정책은 뭔지 제대로 모르고 합니다.”

2013 본선거가 실시된 5일 퀸즈 플러싱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오(53)모씨는 이같은 푸념을 털어놓았다. 오씨는 “이번 선거만큼은 후보들의 공약집을 꼼꼼히 살펴보고 투표를 하고 싶었는데 올해도 별반 달라진 게 없네요. 매번 줄 세우기 투표에 동원되는 게 아닌가 싶어 마음이 불편합니다”라며 하소연했다. ‘정당별 묻지마 식 줄세우기 투표’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실제 상당수의 한인 유권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선택했다기 보다는 후보가 누가됐던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들에게 무작정 표를 던져야만 했다.
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아마도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뉴욕시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안내서를 한국어로 제작해 보급하는 노력을 했지만 한인 유권자들에게 별반 효과가 없었다는 평이다. 민권센터와 시민참여센터 등 여러 한인 정치력신장 단체들과 한인 언론들도 선거 홍보활동을 활발히 펼쳤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었다.

이 같은 한계는 이번 선거에서 함께 실시됐던 카지노 신축 찬·반을 묻는 등의 주민 결의안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투표소에서 기자가 만난 수십 명의 한인 유권자 가운데 주민 발의안에 대해 알고 있었던 한인은 단 1명에 불과했다.

사전 정보 없이 투표소를 찾은 대부분 한인 유권자들은 투표용지에 깨알 같은 글씨로 복잡하게 적힌 주민결의안 내용에 적잖게 당황했을 것이다.선관위의 역할은 공정한 선거를 실시하고 투표율을 높이는데 만 있지 않다.

유권자들이 바르고 현명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선관위에서 해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다. 영어가 미숙한 한인 유권자들이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비교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