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풀리지 않는 총기사건

2013-11-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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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현대인은 끝없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각종 편리함과 간소함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빈익부 부익부현상, 인간과의 접촉 등의 부재로 오히려 크고 작은 사건의 원인이 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날로 황폐해져가고 있는 현대사회에 인간성교육의 절실함을 말해주는 실상이다. 특히 미국처럼 인명살상이 가능한 총기가 집안에 버젓이 있는 나라에서의 인성교육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무고한 생명이 총기에 의해 죽어나가는 참극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며칠사이에 텍사스 댈러스 인근 도시에서 광란의 총기난동으로 5명이 숨진데 이어 LA에서 총격사건으로 용의자를 포함 일가족 여섯 명 모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또 LA공항 검색대에서 한명의 보안 검색요원이 죽고 7명이 부상당하는 총격사건이 벌어져 공항내부가 한동안 아수라장이 되는 가하면, 바로 다음날 뉴저지에서도 가든스테이트 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총기사건이 일어나 모두 혼비백산하는 대소동이 있었다. 총기규제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오바마 행정부의 총기규제 노력을 무색케 하는 사건들이다.

그동안 미국은 총기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주기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아니, 총기에 관한 한 어쩌면 요원할지도 모르는 게 미국의 현실이다. 미국 헌법에 민간인 총기보유에 관한 조항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는 이유다. 이 조항은 건국의 일등공신인 민병대가 미국역사 초기에 동부에 있었던 13개의 식민지역을 자체적으로 지켜냈기 때문에 도리어 신성하게 여겨지고 있다.
프랑스와 인디언 습격, 그리고 대영제국에 대항해 독립을 쟁취한 역사적인 혁명무력이었던 민병대원들은 평소 다양한 총과 총알을 집안에 두고 유사시 적에 대항하는 효과적인 자체방어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그러한 역사적 배경을 알면 현재 미국내 일반 시민들의 총기 소유량이 약 2억정에 이른다는 사실이 쉽게 이해가 되는 것이다. 집집마다 총을 한 자루씩 갖고 있음을 말한다. 미국인의 총기소유권은 1791년에 제정된 수정헌법 제 2조에 따라 결코 침해될 수 없는 민주주의 시민의 핵심권리 중 하나로 되어 있다.
미국에는 NRA(National Rifle Association)를 비롯 총기 옹호권익 단체들이 수 백 여개에 이른다. 대영제국의 정부가 신대륙의 척박한 땅으로 이주한 정착민들의 자위권을 위해 허용한 총기사용권의 정당성을 적극 대변해 오고 있다. NRA는 유엔이 승인한 비정부기구인 NGO일 뿐 아니라 2001년 5월 포춘지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막강한 권익단체이기도 하다.


미정부는 총기사용 규제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압박의 수위가 높아질 때마다 미국민들의 총기 사재기 행렬은 줄을 잇고 있다. 게다가 미국 대법원은 2008년 6월 26일 역사적인 총기관련(District of Columbia v. Heller)사건 심의에서 대법관 가운데 찬성 5명 대 반대 4명으로 워싱턴D.C.가 32년 간 지속해온 개인의 총기소지 금지법안은 수정헌법 제2조의 정신에 배치된다고 못을 박아 버렸다.

이런 독특한 배경으로 미국내 총기사건은 앞으로도 계속 될 수밖에 없고 총기규제 찬반론 또한 끊이지 않을 것이다. 무장의 권리는 미국의 건국이념중 핵심이고 종교와 표현의 자유만큼이나 신성한 권리로 인식되고 있는 점에서다.

미국의 총기문제가 이처럼 태생적인 한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면 해결책은 오히려 사회가 인간성 중심의 정신문화 교육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을 사랑하면서 스스로의 감정을 잘 통제 관리하며 타인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마음으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인간관계 형성을 체질화하는 것이다. 즉 총을 손에 쥐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의 정신이 우선 바로 서야 한다. 과연 어떻게 해야 총기를 무모하게 사용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그 것을 우리는 다 같이 고민해야 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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