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각자의 ‘개성미’ 는 보물이다

2013-11-0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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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교육가)

‘개성미’ 란 무엇인가. 사과의 종류에 따라 크고 작은 것, 또는 사과의 다른 색깔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 아니다. 딸기, 배, 바나나, 포도, 석류, 오렌지, 사과...등 종류가 다른 과일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다. 그러니까 어떤 사물이든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리킨다. 또 그 ‘아름다움’에는 어떤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것과 구별할 수 있는 특성, 바로 그것이 개성미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들이 마음대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개성미와는 다른 시각이다. ‘개성미’는 즉 다양하고, 생명이 있고, 독특하고, 가치가 있고, 비교할 수 없고, 단지 하나만이라는 특색을 자랑하는 아름다움이다.


길을 걷다가 걸음을 멈췄다. 여러 사람들이 큰 벽면에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FIT학생들이 작업 중이다. 그날은 학교 건물 벽면이 그들의 캔버스이며, 제각기 부지런히 분필과 매직마커를 움직이고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들을 지켜보면서 벽면에 펼쳐지는 독특한 아름다움에 취했다. 똑같은 것, 비슷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림의 주제, 표현된 형상과 색상, 작품 제작의 자세 등이 모두 독특하다. 이날의 벽화는 하나의 주제를 여럿이 분담하여 일을 완성하는 작업이 아니었다. 제각 기 분할된 부분 작업으로, 큰 하나를 이루는 작업이어서, 각자의 주관이 확실하게 반영되었다.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합창이 아니고, 독창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한꺼번에 소리치는 개성이 빛나는 합창이었다. 그것도 현실을 떠난,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전하는 힘차고 맑은 소리였다.

바로 이것이 부럽다. 맡은 학생들이 제각기 각자의 개성에 자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일은, 자기 자신을 자랑하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부족하여서 자랑할 수 없다는 생각이 향상의 길을 막는다. “선생님, 이래도 좋아요?” 대신 “이것 보세요. 잘 썼지요, 잘 그렸지요. 좋은 생각이지요.”라는 자신감을 가지기 바란다.

어린이나 성인들이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들의 칭찬하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사랑의 묘약만 있는 것이 아니고, 칭찬의 묘약도 있다. “참 잘 했어요, 잘 그렸어요, 잘 말했어요, 잘 썼어요, 잘 만들었어요, 거기에 잘 갔어요, 잘 사과했어요, 잘 양보했어요, 잘 용서했어요, 잘 도왔어요...”등 칭찬할 말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 일상생활에서 칭찬하는 기회가 흔하지 않다. 이런 말들을 절약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칭찬하는 말들을 생활용어로 자주 사용하면 자녀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마음이 길러진다. 자녀들에게 좋은 습관을 길러준다고 야단치고, 주의 주고, 벌주는 방법이 역효과를 낸다면 계속할 일이 아니다.

사회의 공동생활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활개 치며 당당하게 개성을 펼치고 생활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여기서 발휘되는 아름다움 즉 개성미는 사회의 향기이고, 차세대의 변화나 발전을 위한 동력이 된다. 또한 이런 자세는 어렸을 때부터 싹이 자라며, 이 싹이 잘 자라게 하는 영양분을 주는 것은 어른들의 끊임없는 칭찬이다. 나는 자랑스러운 사람이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 나는 내가 바라는 것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주위의 사람들이 내 개성을 자라게 하는 일을 돕고 있다. 개인이 이런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진다면 사회 변화나 발전의 밑바탕이 된다.

오늘도 학생들이 제작한 벽화 앞에 서서 그들의 개성미에 흠뻑 젖는다. 나날이 참가 학생의 수효가 많아지면서 벽화가 크게 자라고 있으며, 오늘도 몇몇 학생이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그들이 창작하는 개성미의 꽃밭은 미래의 변화 발전을 예약하면서, 그곳의 통행인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한국인 차세대 교육도 생명체 하나하나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영양분을 제공하는 성인들의 노력이 계속되길 바란다. 더 다양한 개성미를 창출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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