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유감 (遺憾)

2013-1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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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경제팀 차장대우)

기대로 시작됐던 올해 가을도 그냥 저냥 넘어가나 싶었더니, 불만에 가득 찬 독자의 전화 한통에 씁쓸해졌다. 이 독자는 자신을 지난 10월12일과 13일 랜달스 아일랜드에서 열린 미동부추석대잔치 행사 중 하나인 뉴욕시민노래자랑 참가자라고 소개했다.

플러싱에 거주하는 60대의 그녀는 “노래자랑에 참가하기로 되어 있어 한복까지 차려 입고 갔는데, 대회 후 심사위원도, 상품도 없었다”며 “오후 5시가 넘어 집에 가려고 하니 30분에서 한시간이면 온다던 셔틀 버스는 2시간이 훨씬 지나도 오지 않아 결국 밤 9시가 넘어서야 플러싱 집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셔틀버스를 기다리다 못한 몇 사람이 콜택시를 불렀지만 이마저도 서로 타려고 몰려들어 몸싸움까지 하면서 여러 사람들이 쌀쌀한 날씨속에 몸만 혹사당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녀는 “내년에도 행사를 이런 식으로 한다면 누가 가겠냐”고 덧붙였다.


결국 행사가 부실했다는 것인데 이미 예고됐던 사항이었다. 협회가 행사 진행을 맡긴 이벤트 업체는 행사 전날인 11일 초대 연예인들과의 사전 약속도 하지 않은 채, 언론에 이들의 인터뷰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인터뷰를 위해 기자들이 약속장소인 잉글우드의 한 호텔로비에 몰렸지만 인터뷰를 하지 못했던 기자들이나, 인터뷰 사전 통보를 전혀 받지 못한 채 이곳에 묵던 연예인들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초 올해 행사를 뉴욕한인회와 명목상 공동주최로 한다던 뉴욕한인청과협회측의 발표도 확인결과 민승기 한인회장만 이를 인정하고, 한인회 내부에서는 전혀 논의도 되지 않은 사안이었다. 행사는 뉴욕한인청과협회 단독 주최로 개최됐다.

이틀간의 행사 진행과정 역시 문제가 많았다. 장기대회와 사생대회, 종이비행기 날리기, 연날리기, 뉴욕 사진전, 단체장 퍼레이드 등 애초 진행되기로 했던 20개의 야외 공연 중 절반 이상이 당일 취소됐다. 행사 전날까지 이벤트 업체가 홍보하던 한복 경연대회도 대회당일인 13일 취소됐다.

갈팡질팡한 진행과 원활하지 못한 셔틀버스 운행 등은 행사를 마친 주최측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행사를 진행할 업체 선정, 준비 과정 등에서 허점이 발견될 수도 있지만 같은 허점이 반복된다면 행사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청과인들이 그간 흘린 땀에 비해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협회를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안타깝다. 하지만 더 나은 내년의 행사를 위해서라면 올해 행사의 문제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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