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뭄의 단비

2013-1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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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호 (에리자베스 한국학교 교장)

“AP시험 한국어 개설 지원 약속”이라는 기사를 읽고 눈이 번쩍 뜨였다. 내용인즉 경기도 교육감이 미국의 대도시를 순회 방문 중 뉴욕에 들려 칼리지보드를 방문해 AP(대학학점 선이수제) 시험에 한국어 과목이 채택될 수 있도록 지원과 노력을 아기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칼리지보드 연례 컨퍼런스도 참관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이 문제로 고심해 온 사람으로서 마치 장작더미에 잘은 불씨를 지펴주는 희망을 갖게 된다.

SAT II 제2외국어 과목에 일본어가 1993년에, 중국어가 1994년에 채택됐고 3년 뒤인 1997년에 한국어가 채택돼 올 11월이면 17회째 시험을 치르게 된다.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에서 주관하는 전국 모의고사 실시, SATII 한국어 예상문제집 발간 등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성적이나 응시자 수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돼 왔다.
1996년 당시 우리도 칼리지보드를 방문해 ETS 관계자로부터 정보를 얻었고 우리의 요구로 맨하탄에서 ITEM-Writing이라는 웍샵을 개최해 동북부지역 한국학교 교사들에게 연수를 제공해줬다.


또한 그들이 출제한 코리안 파일럿 테스트에 많은 주말 한국학교 학생들이 응시하여 상호협력체계를 만들어 나갔다. 당시 UCLA 동양계 교수들이 유럽 중심 교과과정의 부당성을 꾸준히 지적했고 한국어채택위원회도 한국어 채택은 단순히 언어시험이 아닌 재미한인 2세들의 정체성 확립과 다민족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발판을 구축하는 일이며 비록 공립학교에 한국어반은 20개 미만이지만 미국 전역에 약 1,000개의 주말 한국학교가 운영되고 있음을 부각시켰다.
일본어와 중국어는 SATII에 채택된 이후 10년 만인 2003년에 나란히 AP과목에 채택됐는데 한국어는 17년이 경과된 지금은 전혀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과 일본 정부는 미국의 언어정책에 보조를 맞추며 일찍이 엄청난 액수의 재정적 투자를 해왔다. 자국민 교사 양성과 동시에 미국인 교사를 양성하면서 주교육청에 정규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해주도록 요청해온 결과 중국어는 1,000여개, 일본어는 750여개 학교에 이르렀다. 1995년에 창립된 한국어진흥재단이 꾸준히 노력해왔으나 예산확보의 어려움과 인적자원이 부족한 실멍이며 뉴욕에는 2007년 한국어정규과목채택추진회가 발족돼 2008년에 럿거스 대학에 단기 한국어교사 양성과정을 개설해 5명의 자격증을 갖춘 교사를 확보하여 2010년에 팰리세이즈팍 고교에, 2011년에 릿지필드 메모리얼 고교에 한국어가 정규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되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칼리지보드의 요구 사항과 현실은 너무 거리가 멀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란 속담과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에게 정보를 제공해본다. 우선 (1) 한인 2세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를 중심으로 웹사이트나 교육청 방문하는 등 대상 학교를 물색한다. 92) 지역학교장, 교육감, 지역교육위원, 지역 정치인과 교류하면 정보를 입수한다. (3)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홍보 및 설득을 한다. (4) 주교육청이 인정하는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갖춘 교사를 확보한다. (5) 한국어 교사 연봉 및 교재구입 등을 위한 재정 확보와 (6) 채택위원회와 학교 당국 또는 지역 교육청과의 협정서(MOU) 체결 등을 꼽을 수 있다.흩어져 있는 구슬을 잘 꿰어 보배로 만들면 재미한인동포사회는 경기도에 큰 빚을 지게 되며 오래토록 감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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