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출직 공무원의 자세

2013-1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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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오는 11월 5일 뉴욕시장과 공익옹호관, 감사원장, 보로장, 시의원 등을 뽑는 선거가 있다. 중앙선관위에서 나온 본선거 유권자 안내서 한국판(퀸즈 제19~23시의회 선거구)에 각 후보자의 학벌과 경력, 선거공약 등 후보자의 면면을 실었는데 그중 가장 관심이 가는 문항은 왜 자기가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지다.

선거공약이라는 것은 선거시에는 다 지킬 것 같지만 일단 선거가 끝나면 ‘공약은 공약일뿐, 수없는 공약(公約)은 당선후에는 공약(空約), 즉 빈말과 동의어’라는 우스개도 있지 않은가.아무리 괜찮은 공약이라도 건성으로 읽다보니 왜 자신이 꼭 당선되어야 하는 지가 더욱 흥미를 끄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 여러 공통점이 있었다.


뉴욕시장으로 출마한 빌 드블라지오는 “나는 경력 모두를 엘리트와 강자들에 도전하고 납세자, 가족들, 평범한 뉴요커들을 위해 싸우는 일에 헌신해 왔다. 일하는 아버지이자 공립학교 학부모이다”고 하고 조셉 로타는 “나는 성장과 변혁의 시기뿐만 아니라 9/11과 허리케인 샌디와 같은 큰 역경이 찾아왔을 때 우리 시를 위해 봉사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앤서니 그로노위츠는 “평범한 뉴요커들을 돕는데 평생을 바쳤다. 1%가 아닌 99%를 위해 꾸준히 일할 것이다”고 하고 조지 맥도날드는 “25년전 700일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그랜드센트럴 역에 가서 노숙자들에게 저녁을 제공했다. 그들은 방을 임대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줄 일자리를 원했고 나는 노동을 통해 그들의 삶을 바꿀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존 캐시마티디스는 “나는 할렘 135가에서 자랐고 단 한번도 그곳을 잊은 적이 없다. 모든 뉴요커들이 내가 가졌던 기회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기에 후보로 나섰다”고 한다.

이들 뉴욕시장 후보들은 자신이 평범한 뉴요커, 중산층임을 강조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며 99%를 위해 봉사하겠다면서 한 표를 호소한다. 그런데 대부분 엄청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와 명문대 출신이다.

또한 이번 제20 시의회 선거구에는 친한파로 알려진 피터 구가 이번에도 출마하여 뉴욕시 주민들을 위해 좋은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일하고 싶다고 한다. 같은 제20 시의회선거구에 한국계 서니 한이 출마하여 “내가 가장 훌륭하고 영리하기 때문에 최적의 후보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일을 할 도덕성과 공정함을 갖춘 후보가 필요하다.”며 당찬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나흘 후면 새로운 얼굴이 시장으로, 보로장으로 나올텐데, 그순간 그들은 선출직 공무원이 ‘공공의 적’이 됨을 명심해야 한다.

2012년 유엔이 선정한 인물 중 한명인 다산 정약용(1762~1836)이 쓴 목민심서(牧民心書)가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유엔직원들에게 가끔 동양의 사상과 가르침을 전하곤 하는데 목민심서가 대표적인 고서라고 한다. 이 책은 조선후기 실학자인 정약용이 군현의 범위에서 목민관(牧民官)이 수행해야할 점을 쓴 것으로 목민심서 율기(律己)에 여섯가지 조목이 나온다.


제1조는 몸가짐을 바르게 하라, 스스로 자신을 경계하라 제2조는 청렴한 마음가짐은 모든 것의 근본이다 제3조는 가정을 바르게 하라, 가정을 가지런히 하고 나라를 다스리라 제4조는 공무로 오는 이외의 객은 막아라, 사적인 친구를 공무로 접견 말라 제5조는 관의 재물을 절약하여 쓰라, 공적인 재물을 훔치면 죄가 된다 제6조는 즐거운 마음으로 베풀라는 것이다.

이 지침들은 왕조시대건 민주시대건, 직책이 높거나 낮거나, 한국의 정치가든 미 연방정부나 주정부든, 시민을 섬기는 선출직 공직자가 지켜야할 것이 다 들어있다.
새로운 리더들은 이민자의 나라, 국민의 정부인 미국에서 헌신, 봉사하는 일에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되며 다민족 다문화 시대에 인종차별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자신의 자리를 이용해 개인적인 이익을 누려서도 안되며 특히나 시민의 심부름꾼 역을 즐거운 마음으로 해야한다. 그러고 보니 참 힘든 자리인데, 다들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우리는 그 중 한 후보를 선택해 투표장으로 가는 수고쯤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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