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막에도 꽃이 핀다

2013-10-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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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목이 말라 죽을 지경에 이른 한 여행자가 있었다. 그가 주위를 둘러보니 길가에 펌프가 하나 보였다. 그는 너무도 반가워 그곳으로 달려갔다. 펌프 손잡이에는 ‘부탁의 말씀’ 이라는 쪽지 한 장이 걸려 있었다.
내용인 즉 “이 곳은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펌프는 제대로 작동이 될 것입니다. 펌프에 넣을 물 한 병을 건너편 바위 밑에 놓아두었습니다. 거기서 물병을 꺼내 펌프에 물을 길어 마십시오. 그리고 반드시 다른 사람을 위해 물병에 물을 채워 다시 바위 밑에 놓아두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쪽지에는 오래전 날짜가 적혀 있었다. 여행자가 바위 밑에 가 보니 정말 물병이 있었다. 이 여행자는 물병에 물을 붓고 펌프를 하여 물을 길어 마시고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다시 물병에 물을 가득 채워 놓았다. 이걸 앞사람이 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목숨을 구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이 일을 계속 이어온 사람들의 따스한 배려가 한량없이 고마웠다.

요즘 세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다. 타인을 생각하는 이런 배려가 지금 우리 사회에 너무나 필요하다. 기계문명의 발달로 세상이 점점 혼탁해지면서 인간성 파괴, 이기주의, 개인주의 팽배로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돌아볼 여유가 없고, 관심조차 두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나눔이나 베품, 사랑과 용서, 관용이나 포용 등이 결여된 사회는 너무나 삭막하다. 꼭 큰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사회를 밝고 희망차게 만드는 조그마한 배려나 나눔은 있어야 한다.
주위에 무관심, 무관여주의로 일관하던 중국사회에서 최근 사경을 헤매던 한 어린이의 생명이 버스운전사에 의해 구해졌다는 소식이 전해져 메마르고 강팍한 지구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어린 자식을 안고 절규하는 어머니의 애절한 호소에 이 운전사가 타고 있던 승객을 모두 내려놓고 병원으로 달려가 그 생명을 구했다는 것이다. 또 비행기 안에서 복통을 일으켜 쓰러진 승객을 구하기 위해 긴급 착륙하다 보니 몇 시간이나 지체됐는데도 승객들이 아무런 불평, 불만 없이 참고 견디어준 이야기도 전해진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이런 마음은 우리 사회를 밝고 아름답게 해주는 것이어서 한 가닥 희망의 빛으로 다가온다. 요즘같이 가파른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건 아직도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근래 뉴질랜드에서도 시한부 생명의 말기암 환자가 체외수정을 통해 내년 초 태어나게 될 딸을 죽기 전에 보고 싶어 한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인터넷에 올라오자 네티즌들이 너도 나도 모금에 동참, 그의 소원을 들어준 아름다운 소식이 들린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딸을 보려면 그에게 체내 종양성장을 지연시키는 약이 필요하다. 그러나 약값이 너무 비싸 그의 친구가 이 사연을 인터넷에 올리자 필요한 약값의 거의 배가 되는 11만 달러를 이틀 만에 모금, 본인은 물론, 이를 접한 네티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타인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희망찬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왕가태생의 석가모니는 세인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탁발을 하고 가난을 택했다.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를 두루 다니며 자선을 베풀었다. 또 성인 마더 테레사수녀도 평생을 가난한 자와 함께 하는 삶을 살았다. 이런 위인들로 인해 오늘 우리가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일 것이다. 그들처럼 큰 일은 못하더라도 주변에 관심을 갖고 조그마한 베품이라도 생활에서 실천한다면 우리 사회가 훨씬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현실이 아무리 가파르다 해도 아무렴 연중 내내 햇빛이 내려쬐고 살갗 에이는 모래바람, 인적 하나 없이 황량하게 펼쳐진 척박한 땅, 사막과 같으랴. 그런 황무지에도 꽃은 핀다. 하물며 인간이 어우러진 사회에 꽃이 피지 않는다면 우리가 무슨 동력으로 이 거친 세파를 헤쳐나갈까.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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