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북아 안보전략과 한미동맹

2013-10-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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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미국이 동북아에서 일본을 내세워 중국 길들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소원했던 미일군사동맹이 급물살을 타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물론 국방예산증가를 지지하며 미국이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서두르는 것이다. 미국에 이어 호주와 영국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군사역할 강화에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미.일 군사동맹조항이 사이버 안보뿐 아니라 우주공간에서의 협력까지 확대됨으로써 중국은 전례없이 긴장하고 있다. 일본은 민주당이 정권을 잡자 오키나와 기지이전문제를 필두로 미국의 군사전략에 상당한거부감을 표명해 왔다. 동아시아의 군사전략기지 역할을 하던 일본의 반발로 미국은 미군기지를 괌이나 필리핀 등으로 이전하여 동아시아를 외곽에서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군사전략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최근 중일간의 영토분쟁을 필두로 중국이 본격적으로 동북아패권의 포석을 열자 미국은 중국의 발목잡기를 서두르게 되었다. 중국은 북한문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은 국가로 동북아 전체에 그 영향력을 확대하려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북핵을 묵인하는 것도 북한의 최대무역국이자 여전히 최대 지원국으로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십분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한반도가 통일되지 않는 한 한반도에서 여전히 북중관계와 한미관계는이중구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도 북한이 붕괴될 경우 한반도에서 그들의 영향력은 그만큼 축소될 것이고 상대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은 그만큼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중국이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유지하고 일본을 제압할 경우 동북아의 패권구도는 더욱 확실히 중국을 중심으로 짜여 질 것이다.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증강에 열을 올리는 것도 패권경쟁에서 군사력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자위대를 명목으로 지속적인 군사개발을 통해 동아시아에서 최고의 군사기술력을 갖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근들어 미국이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우호적으로 나오는 것도 결국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려는 군사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아가 미국은 10년간 1조 달러에 달하는 국방비뿐 아니라 안보예산을 대폭 삭감해야 하는 입장에서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방위와 관련된 안보역할을 일본에 위임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국방예산 삭감으로 군사력쇠퇴와 더불어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에서 전쟁 억지력, 방어력, 분쟁대응력이 약화될 것이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미국의 패권에 도전장을 낸 중국의 부상이라는 두 가지 딜레마에 빠졌다. 한국도 전시작전권 전환이 연기될 경우 미국의 국방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다. 이렇듯 갈수록 불리해지는 동북아 안보상황에 대한 타결책으로 미국은 미일동맹의 강화와 일본의 군사력강화를 지지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동북아 안보전략에 한미동맹이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주창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깃발아래 전범국가를 탈피함은 물론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을 통해 해외에서 군사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중국과의 영토분쟁을 합리화하겠다는 속셈이고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중국과의 전면전에 명분을 얻어 동북아는 물론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군사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일본을 내세워 중국견제가 용이해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더욱이 만일의 북한 급변사태 시 일본은 미군의 후방보급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 한미군사합동훈련도 미국의 지휘아래 일본은 적극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제재를 위한 미사일방어체제가 한,미,일 3각협력 하에 가동되면 유사시 일본은 미국을 대신해 북한의 핵 기지 타격도 가능하게 된다. 이것은 중국으로선 엄청난 도전이 되는 셈이다.

만일 미일동맹의 강화가 중국을 겨냥하여 미국이 동북아 패권안정화와 영향력 확대를 위한 것이라면 그 틈에서 한미동맹은 약화될 수도 있다. 더욱이 한국이 중국을 타깃으로 하는 미일동맹과 북한을 염두에 둔 한미동맹의 한, 미, 일 삼각구도에서 그 역할을 다하고자 할 경우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더욱 결속시키며 이중적 대결구도로 갈 가능성도 높다. 그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미국이 짜는 동북아 군사전략에서 그다지 중요한 역할도 하지 못하며 중국과의 관계도 소원해질 수 있다. 북한의 급변사태 시에도 미국은 군사력 동원에 있어 일본에 더욱 그 무게를 둘 것이다.

한국은 북핵문제에 주도권을 잡고 한미동맹 강화를 바탕으로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중국과는 중도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북한문제 해결에 공조하며 미국과 일본과는 동북아 안보전략을 함께 짜야 한다. 한미동맹은 그 기틀이 되어야 한다.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과 모두 협력 할 수 있는 중간파워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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