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욕설 댓글 유감

2013-10-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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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영(목사)

요즘 국정원 댓글로 시끄러운 정국을 보면서 그 댓글의 내용이 궁금해 컴퓨터에 들어가 보니, 낯 뜨거운 댓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 살 난 어린애가 말을 배울 땐 욕부터 먼저 배운다 했다. 그래서 지나가는 동네어른에게 장난삼아 욕을 하며 애꿎은 부모님을 당혹하게 하곤 했다. 또 며칠 전 유튜브에서 한 부인은 자기가 키우던 앵무새에게 욕설을 가르쳐 온갖 욕설을 퍼붓는 것을 보았다.

내가 본 그 댓글 내용은 바로 그런 욕설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제야 나는 시국선언이니 촛불집회니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욕설 없는 한국을 만들자” “욕설 댓글 쓰는 사람들은 물러가라! 각성하라!” 며 욕설로 물들어 가는 부도덕한 이 나라를 계몽하기 위해 촛불 집회하는 줄로만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 세상에 욕설 없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신사나라인 영국에도 점잖은 욕설이 있고, 유대나라 성지 예루살렘에도 ‘라가라(마5:22)’라는 지독한 욕설까지 하였다. 굳이 욕설 없는 나라에 관광하려면 하늘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오래전, 한국에 욕 잘하기로 소문난 한 부흥강사도 입버릇처럼 욕설 설교를 하고 다녔는데 강단 밑의 여성도 들은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은혜가 된다며 ‘아멘’하는 변질된 부흥회가 한때 유행했었다. 구약의 욥도 그의 부인으로부터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는 욕설까지 들었고 소크라테스도 그의 악처로부터 욕을 얻어먹으며 철학공부를 하였다.

‘말이라고 다 말이 아니다’는 말처럼 이젠 세계 최고의 언어, 훈민정음을 쓰는 우리 이민가정과 사회에 ‘언어순화’를 생각해 본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나의 부인인 그녀에게 ‘존댓말’을 쓰고 있다는 것을 결코 자랑할 수 없는 것은, 나 스스로 체득한 것이 아니라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가끔 어머니와 말다툼하며 싸울 때에도 존댓말을 쓰며 싸우셨기에 싸움은 늘 해피엔드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욕도 자주하다 보면 버릇이 되어 아무나보면 욕이 튀어나와 심각한 우발적 범죄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신문에도 우리 한인 이민가정에서 욕설로 말다툼하다 총부림이 일어난 비극적 뉴스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 또한 광우병 촛불집회 때도 어떤 몰지각한 아버지는 자기 어린 딸에게 욕을 가르쳐 할아버지뻘 되는 대통령에게 “너나 많이 X 먹으라!”는 낯 뜨거운 피켓을 들게 하더니, 이제 또 우리 손으로 뽑은 가냘픈 여성대통령에게 ‘쌍시옷’발음의 욕설 댓글을 달고 있었다. 행여나 이웃나라 일본사람들이 본다면 우리‘동방예의지국’을 얼마나 비하할까 하는 부끄러움 때문에 나는 죄인이 된 것처럼 얼굴을 가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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