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호지자’는 ‘불여락지자’니라

2013-10-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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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경제팀 기자)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셀 수 없이 많겠지만 필자가 제일로 꼽는 것은 바로 자신의 일을 즐긴다는 것이다.

옛 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고 했다. 대학생 시절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고민하던 중 <논어>에 나왔던 “지지자(知之者)는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요, 호지자(好之者)는 불여락지자(不如樂之者)니라”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뜻인즉슨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기획시리즈로 ‘한인 여성 사업가 성공 스토리’를 게재했는데 이 때 만났던 3명의 사업가들은 모두 자신의 일을 즐기는 ‘락지자’들이었다.

첫 해 성공을 하는 사업가는 드물다. 특히 맨손으로 아무런 기반이 없이 시작한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지금은 맨하탄에 6개 매장을 가지고 유명 연예인들도 즐겨 찾는 곳이 된 부티크 매장 ‘오트’(OTTE)의 케이 리씨 또한 “이 일을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누차 얘기했다. 첫 매장을 열고 매상이 거의 없을 때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이유 하나로 일주일 내내 매장에 나와 일했단다.

식물성 마쉬 멜로우를 만드는 사라 손씨도 마찬가지였다. 뉴욕대학(NYU)에서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회사 회계팀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워낙 마쉬 멜로우를 좋아했던 손씨는 과감하게 일을 그만두고 자기 집 부엌에서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지금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300여개 매장에 제품을 납품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그 시작은 단순했다. 본인이 마쉬 멜로우를 사랑했고 채식주의자로서 동물성 재료가 안 들어간 마쉬 멜로우를 먹고 싶다는 마음에 직접 제품을 만들게 된 것이다.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완제품을 만드는데만 1년이 걸렸다. 혼자서 직원관리에 마케팅에 제품 개발까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가 좋아하지 않았으면 절대 하지 못했을 일”이라며 “지금은 아예 사무실에 간이침대를 갖다놓고 이곳에서 살다시피 한다”고 식지않는 열정을 나타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상관없이 안정적이고 수입이 많은 직업을 선택하고 자녀들에게도 그런 길을 가도록 권한다. 그러나 결국 자신이 그 일을 즐기지 않으면 결국 오래 가지 못하고 성공도 따르지 못한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면 적어도 즐길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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