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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일원 가볼만한 곳 완전정복/ 모건 도서관 & 미술관

2013-10-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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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호 미적 심미안 돋보이는 보고

1906년 금융업자 존 피어폰트 모건이 자신의 장서 보관위해 세운 건물
자체 소장품 35만점 이상...렘브란트 조각 컬렉션 전미 최대 규모 자랑
2006년 리뉴얼 거쳐 전시공간 두배 확장. 콘서트 홀 추가 건설

다채로운 의장으로 장식된 황금색의 천정이 눈부시고 고풍스러움이 가득한 거대 책장에는 각종 고서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무지 눈을 어디다 둬야할지 모를 정도로 호젓한 대형 도서관. 원래 ‘모건 도서관 & 미술관The Morgan Library & Museum’은 20세기 초 미국 최고의 부를 쌓았던 금융업자 존 피어폰트 모건이 자신의 장서들을 보관하기 위해 1906년 세운 건물이 그 시초였다.

이후 같은 입지 내 사저에 거주하던 모건이 세상을 떠나고 1924년 그 아들에 의해 미술 컬렉션과 함께 일반 공개되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뉴요커들의 지식 창고 역할을 다해오던 모건 도서관 & 미술관은, 이후 3년여에 걸친 증축 공사를 마치고 2006년 4월 재차 리뉴얼 오픈 했다. 르네상스 양식의 도서관과 서재, 그리고 1928년에 세워진 아넥스를 연결한 유리 아트리움은 건축가 렌조 피아노에 의해 2006년 완성되었다. 특히 이 증축 공사를 계기로 지하에는 콘서트나 낭독회를 위한 홀도 추가 건설되었고 전시 공간은 이전의 두 배 규모로 확장되었다.
장중한 공간감과 훌륭한 작품이 볼거리!


사실 모건은 금융가만이 아니라 아트 컬렉터로서도 ‘세계 톱클래스의 면모’를 자랑했다. 특히 그는 라파엘로의 대작이나 로히에 반 데 웨이든의 유화 등은 MET에, 유수의 보석 컬렉션은 자연사 박물관에 선뜻 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드로잉이나 판화, 도서 희귀본, 악보, 원고, 편지 등의 다수는 자신이 직접 소장하며 이후 미술관 부문의 중심 컬렉션으로 삼았다. 2008년 기준으로 자체 소장품은 35만점 이상으로, 그 중 렘브란트의 조각 컬렉션은 전미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

이 밖에 아넥스의 전시실에는 해외로부터 온 작품들을 바탕으로 한 기획전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으며, 가장 오래된 시설인 도서관과 서재에서는 서적은 물론 모건이 각별히 아끼던 다수의 회화와 조각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장중한 느낌의 공간감과 자연광이 쏟아지는 신축 부분은 교차하는 빛과 그림자를 둘러싸면서 모건의 심미안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모건 도서관의 또 다른 주인공, 벨레 다 코스타 그린
모건의 컬렉션 형성 과정에는 한 여성의 존재를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바로 프린스턴대에서 사서로 활약했던 벨레 다 코스타 그린이 그 주인공이다. 진한 녹색의 매혹적인 눈을 가진 이 여성은 우수한 수완과 과감한 결단력으로 구하기 어려운 희귀본을 비롯, 다양한 부문의 컬렉션 수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당시 영민하면서도 세련된 여성상을 구축했던 그린은, 무엇보다 많은 미술사가들을 매료시켜 그들을 모건에게 소개시켜 주는 가교 역에 충실했다. 이로 인해 자주 남성 편력과 관련된 소문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도리어 그런 자신의 매력을 공개적으로 과시했을 만큼 배포가 큰 여성이었다. 특히 흑인 아버지를 두었다거나 알려진 나이보다 적어도 10세는 많을 것이라는 등 출생이나 연령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도 많았다. 그러나 모건의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1924년 일반 공개된 도서관의 초대 관장으로 24년간이나 활약했다.

<이수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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