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눈높이의 가치

2013-10-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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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자유기고가)

높고 높은 가을 하늘 아래 뉴욕에서 워싱턴 다리를 건너 9W 길을 따라 북쪽으로 드라이브 하는 길은 가을 단풍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코스 중의 하나이다. 허드슨 강변을 따라 베어마운틴을 넘어 스톰킹 아트센터(Storm King ART Center)를 지난주말 찾았다.

자연과 예술의 만남, 초원, 숲, 오솔길, 잔디, 늪지대, 갈대밭, 호수, 그리고 나무 사이사이로 나타나는 이상하고 괴상한 물체들, 그 이상하고 괴상한 물체들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가들의 크고 작은 작품들이다.
100 여점이 넘는 작품들이 500에이커의 넓은 초원 속에 하나하나 분산되어 그 오묘함을 뽐내고 있다.


예를 든다면 여성들이 명품 가방을 선호하는 것이나, 남성들이 명품 시계 또는 고급 자동차를 선호하는 이유는 거액의 돈으로 보통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을 나는 가졌다고 하는 것을 남에게 과시하고 싶은 우쭐한 희열감이라고 할까, 아니면 경제적 어려움을 알면서 경쟁심에 남들이 가지는 것 나도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까.

사람들이 살지도 아니하고 사람들이 보이지도 않는 무인도에서도 명품가방, 명품시계가 필요할까? 그러나 예술가는 사람이 살지 않는 그런 무인도에서 자기 작품을 남기고 싶어 한다. 그림은 르네상스 시대보다 더 먼 옛날 2만 년 전 선사시대에도 있었다. 스페인에서 발견된 알타미라 동굴, 또는 프랑스의 라스코벽화에 나타난 야생마, 코뿔소, 멧돼지, 여우, 새 등등 많은 동물들의 그림들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당시의 생활모습을 가늠 할 수 있는 회화(繪畵)와 같은 것들이다. 옆구리에 창을 맞아 내장이 흘러나온 들소 ,남근이 묘사된 사냥꾼의 모습, 덫에 걸린 짐승들, 화살이 멧돼지 몸에 박힌 장면, 이런 그림들은 천연물감을 사용했다. 검은색, 빨강색, 파랑색, 노란 색, 색이 있는 돌을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 물감을 만들었다. 천년물감을 사용했기에 2만년이란 긴 세 월 동안 보존되어 우리들의 눈을 지금도 황홀하게 한다.

작품을 그린 작가들의 이름은 모른다. 아니 그때 원시인시절에도 이름을 사용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작가들의 손도장이 찍혀 있다. 그 손 도장중 70%가 여성들의 손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맑은 하늘, 맑은 공기 그 속에서 자연을 벗 삼아 한가롭게 산책하는 여인의 모습, 그 모습이 명품가방을 들고 뽐내는 여인보다 더욱 아름답고 멋져 보이는 만추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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