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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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2013-10-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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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기원전 2400년 전 시칠리아에 강물이 최악으로 오염돼 전염병이 창궐하여 온 나라가 난리가 났다. 이를 접하고 천체를 연구하는 위대한 과학자이자 왕족인 엠페도크레스가 주변에 다른 강물을 끌어들여 오염된 강물을 말끔히 정화시켜 전염병을 씻은 듯이 가라앉혔다. 또 언덕에서 불어닥치는 광풍의 피해로 농작물이 모조리 썩어 국민들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엠페도크레스는 당나귀 가죽으로 커튼을 만들어 언덕 위에 설치해 불어닥치는 회오리바람을 무사히 막아낼 수 있었다.

이후 국민들은 엠페도크레스가 강둑에 나타나자 너도 나도 엎드려 경의를 표시했다. 그리고 그에게 ‘불사신’ ‘바람을 잠재우는 사람’이라고 칭하였다. 그는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강물과의 싸움, 쉴새없이 몰아치는 비바람과의 투쟁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저항해 이겨낸 승리자였다. 최근 미국의 공화 민주 양당이 벌이는 현실을 보면 그 옛날 시칠리아 당시 위기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오바마대통령도 지금의 이 난제를 엠페도크레스가 한 것처럼 무난히 잘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바마는 건 건마다 제동을 거는 공화당에 의연하게 대처해 반드시 국가 발전과 국민의 뜻에 맞는 정책 수립에 성공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 재선이후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그동안 오바마의 정책이면 무조건 한 치의 양보나 타협 없이 거의 모든 것을 비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화당 집권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미 의회는 2년마다 시작하는 회기 내에 평균 457건의 법안을 통과 시켰다. 그러나 오바마 집권 11회기 358건, 112회기 284건, 113회기 시작인 2013년에는 43건만이 의회를 통과 했다.

특히 오바마의 개혁법안 중 의회에서 통과된 것은 유일하게 전 국민 의료보험뿐이다. 그 외 공화당 주도로 통과된 농업법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요청한 푸드스탬프를 확충하는 법안은 모조리 제외됐다. 통과가 되어도 오바마 정책법안들은 모두 기각되고, 통과된 전 국민의료보험법도 공화당은 2014년도 전체 예산에서 제외하지 않으면 연방 예산안 자체를 거부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로 인해 미국의 연방 정부가 폐쇄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외에도 총기소유 규제법이 공화당의 적극적인 반대로 멈춰있고, 이민개혁 법안은 연방 상원에서 통과가 되었음에도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논의조차 하지 않고 시간을 미루어 결국 연방정부 폐쇄와 부채상한선 재설정 이슈에 가려져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이렇듯 공화당은 오바마 정책 죽이기에 앞장서 민주당 주도의 상원과 행정부가 필요한 일을 거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처지에서 고군분투하는 오바마는 분명 지금의 이 위기를 잘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무는 타서 죽어도 불꽃은 살아나게 마련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화당이 계속 자신들의 입지만을 위해 국민을 외면하고 역사를 거스르는 행보를 이어간다면 200년간 애써 지켜온 미국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끈질기게 오바마의 발목을 잡는 공화당은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당시 사람들에게 부질없는 것을 가르쳤다는 죄목으로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한 말에 귀를 기울여 보았으면 한다.

“여러분이 내 목숨을 빼앗는다면 나 이상으로 해를 입을 것은 바로 여러분이다. 끊임없이 여러분을 격려하는 나 같은 사람을 또 다시 여러분은 발견하기 힘들 테니까. 나는 죽음의 나라로, 여러분은 삶의 나라로 이 자리를 물러난다. 하지만 여러분은 진리로부터 악과 부정의 선고를 받고 물러나는 것이다. 가짜 위력과 진짜 위력을 바꿀 생각인가?”

공화당은 언제까지 자신들의 주장만 할 것인가. 양측의 지속되는 논쟁에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국민들뿐이다. 이런 사태는 결코 오래가서도 안 되고, 또 오래가지도 않을 것이다. 산불은 좋은 나무, 나쁜 나무를 가리지 않는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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