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이승만 대통령 ‘일본 국적’ 논란에 대한 단상

2013-10-1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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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하(사회1팀 기자)

“이름은 이승만, 직업은 한국학교 교장, 국적은 일본…”
1918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하와이에서 친필로 작성한 ‘1차 세계대전 징집카드’가 본보에 의해 공개되자 인터넷 상에는 이 전 대통령의 ‘친일 논란’이 한동안 뜨겁게 펼쳐졌다.

논란의 핵심은 미국에서 외교 중심의 독립운동을 펼치던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국적을 ‘일본’으로 표기한 게 과연 옳았냐는 것이었다. 네티즌들의 의견은 크게 ‘독립운동가로서 부적절했다’와 ‘일제 치하라는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불가피했다’ 등 두 갈래로 갈렸다.


아무래도 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쪽에선 이번 기사가 많이 불쾌했을 터. 그래서 기자에게도 이메일을 통해 많은 비난이 쏟아졌고, 각종 인터넷 기사 댓글 란에는 반대 의견이 수없이 게시됐다. 대부분 “당시 미국에 살던 또 다른 한인들의 국적은 왜 거론하지 않느냐”며 비판적인 내용을 쏟아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번 기사의 바탕에는 ‘동시대 미국에 거주하던 대부분의 한인들은 국적을 ‘한국‘(Korea)으로 기재했다’는 사실이 깔려있다.

기자가 이 전 대통령의 ‘일본 국적’ 기재 사실을 확인한 후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다른 한인들의 국적란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비슷한 시기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등에 살던 한인 이민 1세대들 역시 국적을 ‘일본’으로 표기했다면 이 전 대통령의 일본 국적 표기 역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단계로 이 전 대통령과 생년이 같은 1875년생, 그리고 한인 성씨 중에 가장 많은 김(Kim)씨를 검색창에 넣어 무작위로 10명을 선정, 이들이 1918년 작성한 징집카드를 열람했다. 그리고 이들 중 8명이 국적을 한국(Korea 혹은 Corea)으로 표기한 사실을 확인했다. 다음으로 이 전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와 샌프란시스코 등지에 국민회를 설립,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박용만 선생과 민찬호 목사의 징집 카드를 찾아내 ‘한국’으로 기재한 국적란을 확인했다.

이들은 어떻게 당시 한·일 합방으로 존재하지도 않았던 나라 ‘한국(Korea)’을 자신의 국적이라 했을까.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팩트(사실)는 당시 징집카드에 ‘한국’이라고 국적을 기재했다고 해서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거나 수정을 요구당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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