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웃해 있다. 그러니까 자연적 조건도, 전통도 비슷하다. 그런데 한 나라는 부유하고 다른 나라는 가난하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실패국가(failed state)로 전락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 이유는.
‘국가는 왜 실패 하는가’(Why Nations Fail)- MIT의 대런 애시모글루와 하버드대학의 제임스 로빈슨 두 교수가 공동으로 펴낸 최근의 저서는 비교적 간명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요인은 지리나 역사, 인종 같은 환경적 조건이 아니라 사회제도에 있다는 거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정치적 선택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실패한 국가의 특징으로 ‘착취적’(extractive)제도를 지적한다. 시민의 잠재력을 보호, 개발하려는 ‘포용적’(Inclusive)제도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이 제도에서 모든 국가권력은 소수의 엘리트에 집중된다. 그 결과 창조성은 제한되고 생산성은 낮아진다. 그리고 반드시 뒤따르는 것이 부정부패와 범죄다.
‘이 실패한 국가들이 더 위험하다’-.21세기 들어 제기되는 새로운 안보개념이다. 한 마디로 인권사각지대다. 범죄, 폭력, 부패가 난무하면서 국가성은 약화된다. 비유하자면 마치 음습한 늪지대와 같다. 그곳에서 온갖 바이러스가 생성된다. 마약, 조직범죄, 테러 등등. 실패국가의 혼란은 주변국은 물론 지리적으로 먼 국가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시리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파키스탄도, 아프가니스탄도, 이라크도. 또 소말리아도 경계대상이다. 왜. 온갖 사회악(惡)배양의 온상지대다. 하나같은 ‘실패국가’들. 거기서 양성된 돌연변이성 바이러스가 번져 미국까지 침투할까 보아서다.
그 워싱턴에 대해 새삼 한 가지 경고가 던져지고 있다. 벌써 8만 여 명이 피살됐다. 그런데도 결코 그칠 기미가 없는 갱 전쟁으로 요즘도 하루에 수 백 명이 죽어나간다. 거기다가 지리적으로 극히 인접해있다. 어쩌면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미국의 바로 코밑에 있는 그 음습한 늪지대를 방치하고 있다는 경고다.
시카고 범죄위원회는 그를 ‘공적 1호’(Public Enemy No.1)로 명명했다. 근 한 세기 전 알 카포네가 지녔던 타이틀을 이어받은 것이다. 그는 다름 아닌 멕시코 마약조직인 시날로아 카르텔의 두목 호아킨 ‘엘 차포’ 구스만이다.
알 카포네의 주 비즈니스는 밀주(密酒)였다. 새로운 공적 1호 구스만의 주 업종은 마약으로, 위험성에 있어 알 카포네는 아예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는 게 범죄위원회의 진단이다. 코카인에서 헤로인, 각성제 등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은 연간 650여억 달러로 추정된다. 그 중 절반이상이 멕시코를 경유해 들어오고 있고 그 수송루트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바로 시날로아 카르텔이다.
교통의 요충지대다. 방대한 히스패닉계 인구를 포용하고 있다. 그 자체가 거대한 마약시장이다. 그리고 갱 문화 전통이 깊은 지역이다. 거리의 갱 인구만 줄잡아 12만이 넘는다. 말하자면 10만 이상의 마약 세일즈맨이 포진하고 있는 곳이 시카고다. 그 시카고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최대거점이 된 것이다.
멕시코 카르텔은 시카고를 최대 허브로 해 미국 내 1200개 시와 타운을 장악하고 있다. 수년전의 230개 지역에서 4배 이상 불어난 것. 이로 그치는 게 아니다. 시카고 외곽, 또 멀리 아이오와 주의 국립공원 등에 거대한 마리화나 농장 등을 경영하면서 마약공장의 현지화까지 손대고 있는 것이다. 이 시카고 스토리는 무엇을 말하나.
마약전쟁이 선포됐다. 2006년 12월의 일이다. 당시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이 군 병력까지 동원해 소탕에 나섰으나 사태는 악화만 되어갔다. 수천에서 수만으로 마약전쟁의 피해자가 늘어나면서 2009년 미국 국방부는 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멕시코는 머지않아 실패국가가 될 지도 모른다는 것.
부패한 정부가 마약 카르텔의 이용물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진단과 함께 멕시코가 실패국가가 될 경우 미국에 미칠 심각한 영향을 분석하기도 했다. 미국이 카르텔간의 전쟁터가 되고 LA나 시카고가 멕시코 카르텔의 최대 거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 등을 내놓았다. 그 전망이 나온 지 불과 몇 년 후 시카고는 말 그대로 멕시코마약의 최대 허브가 된 것이다.
마약전쟁을 선포한 국민행동당의 칼데론도 권좌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들어선 게 71년간 독재체제를 유지했던 제도혁명당의 니에토 정권이다. 그리고 1년이 되어가면서 그동안 8만여 명의 사망자를 낸 채 마약전쟁은 뒷걸음만 치고 있다. 사실상 패배상황을 맞은 것이다.
그 멕시코에서 살육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카르텔의 횡포에 저항한 여성 시장이 총격에 쓰러지는 등. 그 불똥은 미국의 접경지역은 물론이고 캐나다까지 날라들고 있다. 멕시코 마약카르텔의 검은 그림자가 전 북 미주를 뒤덮고 있는 것이다.
‘미국안보의 최대위협은 어디서 오고 있나’-. 미국 언론의 촉각은 여전히 시리아에, 이집트에 머물러 있다. 그 와중에 나온 질문이다. 마약은 마지막 시대 사단의 최후 무기다. 이 말이 불현 듯 떠올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