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2013-10-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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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톨스토이가 만년에 시골 농토에 귀의하여 쓴 단편 우화이다. 우화에 ‘바흠’ 이라는 농부가 나온다. 땅에 대한 애착이 유난히 많았던 바흠은 어느 날 가슴 뛰는 소문을 들었다. 광활한 농토를 소유한 촌장이 헐값으로 땅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농토를 파는 조건이 아주 특이했다. 농토의 가격은 언제나 일정한데 하루 당 1,000루불 이라는 것이다. 바흠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촌장에게 물었다. “<하루 당>이라는 계산법은 무엇을 뜻하는 것입니까?” 촌장이 대답했다. “나는 평당 얼마라는 계산법을 모릅니다. 다만 하루치로 땅을 팝니다. 출발점을 떠나 하루 동안 당신의 발로 밟고 돌아 온 땅이 바로 당신의 땅이 됩니다. 하루 당 가격은 1,000루불 입니다.”


바흠은 기뻐 어쩔 줄 몰랐다. 바흠은 흥분되는 마음을 가누지 못하며 이튿날 새벽 일찍 동트기 전에 출발점으로 나가 촌장이 나타나기만 기다렸다. 마침내 촌장의 일행이 나타나 바흠을 알아보고는 “자, 이제 출발하십시오.” 라고 말했다. 바흠은 하루 종일 열심히 달리면 100만 평 정도는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출발점을 떠난 그는 두 팔을 앞뒤로 힘차게 내 저으며 달려 나갔다. 100만 평의 땅을 바라보며 달리는 바흠의 두 눈은 거부가 되는 꿈으로 활활 타올랐고,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차 해가 솟아오를수록 발걸음도 점점 빨라졌다.

어느덧 하루의 시간도 많이 지나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러나 바흠은 “조금만 더 가자, 조금만 더 간 후에 돌아가자.” 라고 중얼거리며 계속 앞으로 나갔다. 더 앞으로 나갈수록 점점 토질이 좋아졌으므로 지금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해가 기우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돌아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느덧 해가 아득한 지평선 아래로 숨어들고 있었다. 촌장과 출발점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가까웠음을 직감한 바흠은 그 자리에서 돌아서서 혼신을 다해 내 달렸다.

바흠의 초조한 마음을 아는 듯 다행히 해는 아직 지평선 바로 위에서 얼굴을 내밀고 머뭇거리고 있었고, 언덕 저 건너편에서 기다리고 있는 촌장의 일행의 모습이 석양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바흠은 마지막 힘을 다해야 할 순간임을 알아챘다. 그는 젖 먹던 힘을 다하여 내 달렸다. 그리고 간신히 출발점에 도착하였다. 그 순간이었다. 바흠은 가슴이 찢어지는 뜻한 통증을 느꼈고 곧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촌장은 쓰러진 바흠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이 우화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교훈이 무엇인가. 절제다.높은 산을 등정할 때 꼭 지켜야 할 철칙이 있다. 정상에 오래 머물지 말라는 것이다. 바흠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나와 너의 이야기이며 리더라면 누구든지 가슴에 깊이 담아 놓아야 할 엄숙한 잠언이다. 특별히 권력을 쥐고 흔드는 정치인들, 부를 경영하는 기업가들, 세상 인기를 생명처럼 여기는 스타들과 유명인사들, 그리고 교회 목회자들까지도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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