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대 간의 연결고리

2013-10-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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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석(전 퀸즈한인회장)

이민역사는 짧지만 한인사회는 세대가 세분화 되어 있다. 20세에 이민 온 필자는 분명 1세다. 20살이면 1.2세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어렸을 때나 중학교 때 이민 왔으면 1.5세,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2세, 2세의 자녀는 3세라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민 온 세대는 모두 1세 태어난 세대와 다음 세대도 2세라고 부른다.

요즘 필자의 고민은 얼마 전 인연을 맺게 된 한인 1.5세와 3세와 관련된 일이다. 그래서 요즘은 밤잠을 설친다. 그 중 한명은 얼마 전 기자회견도 했지만 기밀누설혐의로 연방검찰에 기소되어 3년째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스티븐 김 박사다. 뉴욕출신인 그는 누구보다 한국인의 의식이 강한 1.5세다.


스티븐 김의 예일대 박사학위 논문이 이승만 대통령에 관한 것이다. 논문 제목은 이승만과 한미동맹이다. 독재 등 대통령으로서의 장·단점이 있었지만 한미동맹에 관한한 탁월한 외교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그의 전문분야는 다름 아닌 북한 핵이다. 그런 그가 북한핵무기에 관련된 기밀누출혐의 연방검찰에 기소된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필자는 1.5세인 스티브 김의 삶과 그의 누나를 알게 되면서 한국으로 역이민간 부모가 집을 팔고, 누나는 모든 적금을 털어서 동생의 변호사비에 보탰고, 그들의 뜨거운 가족사랑에 마음의 깊은 감동을 받았다.

또 다른 한명은 하와이 사탕수수 이민자의 손녀딸로서 할리우드의 유일한 여성감독으로 활약하는 크리스틴 유감독이다. 그녀는 할리우드의 개척자다. 개척자는 항상 고독하고 어렵다. 그녀가 3년간 제작한 <웨딩 팰리스>가 맨해튼에 개봉된 데 이어 여러 도시에서 개봉했다. 그녀는 3세임에도 엄연히 한국인의 피가 뜨겁게 흐르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처음 제작한 영화 역시 한인 2세의 결혼이야기다. 거의 모든 출연진이 한국계다. 3세라도 한국적인 것을 빼놓을 수는 없나 보다.

필자는 그녀의 전미개봉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녀 주위의 한인 2세들은 온라인과 쇼셜네트웍으로 열심히 영화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일보와 주변의 1세 한인들도 이 영화를 후원하고 있다.

크리스틴 유감독과 필자는 이번 <웨딩 팰리스>개봉과 함께 전국적인 <스티븐 김>구명운동을 돕기로 결의했다. 주위의 2세들도 협조를 하겠단다. 한인 1세와 2세, 그리고 3세가 힙을 합해 억울한 상황의1.5세를 돕고, 또 모두가 3세 감독을 도와 영화<웨딩 팰리스>가 할리우드에서 작은 역사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 자체가 중요하다. 영화 한편이 여러 다른 한인세대간의 연결고리가 되어 주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성공이 불경기로 얼어붙은 한인들의 마음에 한 줄기 희망을 주고, 우리도 뭉치면 여러 세대가 힘을 합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는 그러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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