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신뢰받는 한인회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며

2013-10-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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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사회 1팀 기자)

제33대 뉴욕한인회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32대 한인회의 회계관리 부실 문제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본보 9월25일자 A6면>

지난해 4월 인수·인계 작업 중단으로 불거진 회계관리 부실 이슈는 전·현직 집행부간의 극한 반목과 갈등, 그리고 외부 회계기관에 감사를 의뢰하는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도 이를 해소하기는 커녕 오히려 문제만 더 커진 형국이다. 민승기 회장은 “한인사회에 괴담 수준의 악성루머가 떠돌고 있어 대책위 구성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반드시 진상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부 한인들 사이에는 ‘한창연 전 회장이 횡령한 돈을 민승기 회장이 일부 수수한 뒤 32대 회계 관리부실 문제를 눈감아 주고 있다’ 등의 확인되지 않은 괴소문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인회는 이번 문제를 ‘한인회의 신뢰와 권위에 위협이 될 만한 중대 사안’이라고 판단, 뉴욕한인변호사협회와 뉴욕한인회계사협회 등의 도움을 받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 4개월여 동안이나 회계 자료를 살펴본 외부 감사기관도 ‘증빙자료 미흡’을 이유로 제대로 된 결과를 발표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책위가 무슨 방법으로 진상을 밝겠다는 건지 의문이 앞선다. 사실 회계관리 부실 문제의 본질적인 핵심은 어느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결국 ‘한인회의 회계장부가 투명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수의 한인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번 사안은 제32대 한인회만의 문제가 아닌 이전 한인회부터 고질적으로 곪아오던 문제가 이제와 터졌다는 게 중론이다.
어쨌든 이번 대책위 활동을 통해 회계부실 문제에 대한 진상이 파악되고 투명한 한인회로 거듭나기 위한 해결 방안들이 모색되기를 기대해 본다.

한인회는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재정현황 보고를 매달 한인사회에 공개해야 하는 일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바란다. 매월 한인회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돼오던 재정내역 보고가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더니 33대 한인회에 들어와서는 출범한 지 150여일이 지나도록 한 번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한인회측은 이에 대해 ‘컴퓨터 시스템상의 문제’라며 “한인회관에 방문하면 언제든지 재정 현황을 직접 열람할 수 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그야말로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50만 뉴욕한인사회를 대표한다는 한인회가 5개월이라는 긴시간 동안 컴퓨터 시스템상의 문제 하나 해결 못해 재정내역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투명한 재정내역 공개야 말로 동포들로부터 신뢰받는 한인회로 거듭나기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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