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위대한 유산

2013-10-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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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옛날 스키타이 왕이 임종 시 자식들을 불러 놓고 묶인 화살다발을 내보이며 그걸 꺾어 보라고 하였는데 아무도 꺾지 못했다. 그러자 왕은 묶인 화살다발을 풀어 하나씩 꺾어보였다. 그런 후 “너희들은 이 화살다발처럼 하나로 뭉치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속이 무너지면 그 힘을 잃고 번영도 사라질 것”이라고 하였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 영국 런던 시에 있는 로스 차일드 집안 은행에 일가의 결속을 상징하는 다섯 개 화살이 그려진 ‘붉은 방패’가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로스 차일드 가문은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치며 세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세계 최대의 재벌이다.


이 가문은 창업한 지 약 3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번영일로에 있다. 은행을 비롯, 석유, 홍차 등의 재정에 관여하고 있으며 와인, 호텔, 백화점 등 여러 업종에도 진출하여 그 명성과 재력은 지금까지 전 유럽을 석권하고 있다. 이는 선조인 마이어가 남긴 “서로 도와야 한다”는 스키타이 왕의 유언을 그의 다섯 아들이 잘 지켜온 결과이다.

인류사회는 수천 년간의 농경사회에 이어 근세에는 산업화와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의 향상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이제는 모든 것이 최 첨단화되면서 기술의 급속한 발전, 세계화의 급격한 진전으로 치열한 경쟁력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더욱이 요즈음은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생존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한국의 경우 어느 대기업의 경우 최근 직원 300명 뽑는데 대졸구직자가 4만
5,000명이나 몰려들 정도로 최악이다. 이런 상황은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주주닷컴 등 취업전문기관의 조사결과 불완전 고용자는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등 대도시의 경우 5명중 1명꼴이고, 고학력자들이 택시기사, 북 키퍼 등 학위나 직종에 상관없이 대거 몰려드는 실정이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우리 자녀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자녀를 둔 한인부모들이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모든 것을 물질적으로 해결하고 재산을 물려주기 보다는 가파른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의 지혜,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하얗게 빛나는 조개껍질 마크는 셸 석유의 상징이다. 창업자 마커스 새뮤얼은 잡화 행상인 아버지의 열 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자 그가 19살 되던 해에 공부를 중단시키고 대신 집안에 도움 될 장사도 찾아보라며 아시아로 여행 보냈다.

마커스는 어느 날 일본의 요코하마 항에 내려 무언가 찾으러 다니다가 해변에서 어부들이 버리고 간 수많은 조개껍질을 보고 번뜩 무언가를 생각했다. 조개껍질을 모아 뭔가 특별한 것을 만들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곧바로 실행에 옮겨 세공 및 민예품을 만들었고 이를 더욱 발전시켰으며 세계적인 수출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그리고 석유시대 개막에 맞춰 세계 최초의 유조선 산업을 출범시키는데 성공한다.

아버지 지시에 따라 새 삶을 찾아 동양의 해안을 헤맸던 고독한 소년이 마침내 세계적인 대부호가 된 것이다. 그는 유럽과 아시아의 석유시장을 석권, 석유의 나폴레옹, 유럽의 록펠러로도 불린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도전정신을 가지고 삶을 스스로 헤쳐 나가도록 방향을 제시한 결과였다. 물론 그의 성공에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큰 뜻을 세우고 계속 새로워지려고 노력하는 창업정신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부모들은 자녀의 장래를 위해 삶의 길을 열어주고 방향을 제시해줄 책임이 있다. 물고기를 잡아주기 보다는 스스로 잡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 그런 기술이 없고서는 이 험난한 세상에서 자녀들이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밤바다에 ‘사공 없는 배’가 많이 있다. 부모들은 바다로 나가는 자녀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마땅히 사공이 돼 주어야 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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