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독교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지만…

2013-09-30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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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세철 논설위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마을은 유령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알 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이스트 무장조직 알-누스라 전선이 점령한 후 온갖 흉흉한 소문이 잇달면서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고 있다.”전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독교 마을로 알려져 있다. 3000년 전부터 전래된 아람어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지구상의 몇 안 되는 마을이다. 시리아 산간지역에 있는 그 마을, 마아울라에서 전해진 현지 특파원 보도다.

이슬람이스트 과격무장집단이 이 마을을 점령한 게 지난 9월7. 이후 교회 건물이 파괴되고 성상이 훼손되고 있다. 그 가운데 뒤따르고 있는 게 학살이다. 이슬람으로의 개종을 거부한 기독교도들이 조직적으로 살해되고 있는 것이다.

마아울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이는 외진 산간 마을에서 일어난 하나의 우연적 사건이 아니다. 아랍-이슬람권 전역에서 목격되는 사태다.


케냐 나이로비 쇼핑 몰에서 한 낮에 인질테러사건이 발생했다. 테러범들은 회교도는 그 자리에서 내보내고 기도교도 등 인질은 처형식으로 무차별 살해했다. 바로 다음 날 파키스탄 페샤와르에 있는 한 성공회 교회. 예배를 보고 있는 회중을 타깃으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85명이 떼죽음을 당했다.

이집트에서 전해지는 소식은 더 암담하다. 1321년, 그러니까 근 700년 전 대대적 기독교 박해가 이루어진 그 때 이후 이집트의 기독교들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8월 중순 의 3일 동안 기간에만 38개의 교회가 파괴됐다. 기독교도를 타깃으로 한 학살, 방화, 위협, 공격 등이 이집트 전역에서 발생하면서 많은 교회가 아예 문을 닫는 지경에 몰린 것이다.

그 배경을 이루는 원인은 그러면 어디서 찾아지는 것일까. 소수계로서 살아가기가 가장 어려운 지역이 중동지역이다. 한 중동전문가의 말이다.

‘소수의 권익’이란 개념조차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동지역에서 천년 이상 세월동안 끊임없이 이어져 온 것은 수니와 시아로 대별되는 종파와 각 부족 간의 갈등이다. 그 토양에서 소수 중의 소수인 그룹은 퇴출의 운명을 피할 길이 없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예가 유대인이다. 1948년 이라크의 유대인 수는 13만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그 숫자는 이제 수 십 명이 채 안 된다. 같은 무렵 이집트의 유대인 인구는 10만 여를 헤아렸다. 오늘 날에는 50명 미만으로 집계되고 있다.

말하자면 유대인들은 20세기에 중동지역에서 퇴출운명을 맞았고 21세기 들어서는 기독교인들이 그 운명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해 릴라 길버트란 한 언론인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슬람이스트들의 지하드선포와 함께 예루살렘에서 한 낙서가 발견됐다. ‘토요일이 먼저, 일요일이 그 다음’이라고 적힌 것이다.” 그 뜻을 처음에는 몰랐다가 나중에 알 게 됐다는 거다. 유대인을 먼저 몰아내고 그 다음은 기독교도를 몰아낸다는 뜻이라는 것.


그 지하드의 외침은 시리아 내전에 뛰어든 외래 이슬람이스트 무력집단의 구호에서도 찾아진다. 예루살렘 해방을 주창하면서 점령지역에서의 기독교 박해에 선봉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아랍-이슬람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독교 박해는 무정부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폭력사태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자행되고 있는 학살, 방화, 공격 등의 기독교 박해는 그 뿌리가 오랜 것으로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1차 대전 발발 시 중동지역의 크리스천 인구는 전체 인구의 20%에 근접했다. 계속된 박해로 그 인구는 계속 줄어 4%선으로 낮아졌다. 기독교 인구가 가장 많은 중동지역 국가는 이집트와 시리아다. 그 두 나라에서 기독교를 타깃으로 한 테러는 최근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우려는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 아랍-이슬람권이 제 4세대 전쟁으로 불리는 거대한 종파 간 내전 직전의 상황에 몰려 있다. 한 세기 전에 그려진 이 지역의 정치지도를 바꿀지도 모를 거대한 내전 발발과 함께 이 지역 기독교도들은 그 첫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게 관측통들의 우려다. 다른 말이 아니다. 현재 가해지고 있는 기독교박해는 그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예수가 사용한 언어와 2000년 기독교 전통을 지켜온 마아울라 마을이 통째 사라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새삼 느껴지는 것은 인간사의 부조리다. 들쥐의 서식지가 파괴되어도 환경주의자들이 들고 일어서는 등 온통 난리다. 기독교발생 요람지에서 기독교 말살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0년의 기독교 생태계가 송두리째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조용해 하는 말이다.

“기독교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한 지역에서 박해를 받고 있는 종교그룹이다.” 기독교 정치학자로 유명한 폴 마샬의 지적이다. 그 경고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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