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희망의 전도사들

2013-09-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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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우리 주위엔 역경을 이겨내며 사는 장애우들이 삶에 지쳐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의 전도사 역할을 해주고 있어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른다. 그 중엔 교통사고로 인해 아름답던 얼굴이 불에 탄 후 화상 입은 모습임에도 불구, 조금도 개의치 않고 정상인보다 더 강한 의지와 힘으로 살아가는 희망전도사 이지선씨가 있다.

이화여대(4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2000년 7월, 오빠와 함께 작은 차로 도서관에서 집으로 향하다 음주운전자의 과실로 6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차에 불이 나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몸의 절반 이상이 3도 화상을 입었고 엄지 외의 양손 손가락 끝을 모두 잘라내는 등 생사를 넘나드는 대형수술을 수십 차례 받으며 고통을 이겨냈다.

이후 그는 <지선아 사랑해>란 책을 출간했고 가는 곳마다 “살아 숨 쉬고 있는 것부터 감사하다”는 간증을 통해 모두에게 삶의 희망과 긍지를 안겨주고 있다. 얼마 전 한국의 모 방송국에 출연한 그에게 시청자들의 댓글은 ‘긍정과 감사’로 채워졌다. 지선씨는 현재 UCLA대학원 박사(사회복지학)과정에 있으며 향학열에 불타고 있다.


지난 21일, 뉴욕의 허드슨 강에서 열린 ‘리틀레드라잇 하우스 수영대회’. 두 발과 손가락 3개가 없이 장애우로 태어난 김세진(17)군이 당당히 1시간50분27초의 기록으로 우승(18세미만)했다. 최연소자이자 유일한 장애인으로 참가한 세진군은 성인부문을 포함한 전체 280명의 선수 가운데서도 21등에 기록됐다.

50도의 차가운 날씨와 파도가 역류하는 10Km의 허드슨 강을 불굴의 의지로 헤엄친 그는 이번 기록으로 2014년 국제수영연맹이 주최하는 마스터즈 수영대회에 장애인이 아닌 일반선수로 출전할 수 있게 됐다. 그는 2009년 영국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선수권 수영대회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4개를 획득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장애인국가대표 수영선수인 그에겐 ‘로봇다리 희망전도사’란 애칭이 따라 다닌다. 이번 대회 도 장애우를 돕고 있는 뉴욕밀알선교단 창립20주년 ‘밀알의 밤’초청으로 뉴욕에 와 참여했다. 지난 27일 뉴욕성서교회에서 가진 간증집회 후 29일(일) 오후6시 뉴욕장로교회에서 열리는 밀알의 밤 간증집회에서 희망전도사로 간증한다.

한인들에게 친숙해진 닉 부이치치(31). 그는 두 팔과 두 다리가 없이 태어났다. 청소년시절 자살까지 시도했던 그가 이젠 세계적인 명사가 되어 있다. 그는 설교자이며 동기부여 연설가이며 지체장애인들을 위한 기관인 ‘사지 없는 인생(Life without Limbs)’의 대표다. 그는 지금까지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강연하여 희망을 안겨 주었다.

닉에겐 두 개의 작은 발이 있는데 왼 쪽 발만이 두 개의 발가락이 있다. 닉은 이 두 개의 발가락과 특별장치를 통해 글씨를 쓴다. 그리고 뒷발굼치와 발가락을 이용해 컴퓨터도 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여러 가지 운동도 한다. 21살에 회계학·재무설계학으로 대학을 나온 그는 희망전도사가 되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고 책도 출간했다.

닉은 2012년 봄에 아리따운 아가씨 카나에 미애하라와 켈리포니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지금은 아기까지 있다. 카나에는 미녀다. 영상을 통해 본 그들의 모습은 천사 같다. 외모가 아닌 마음으로 하나 된 둘이 영원히 행복하기를 바라며 사지가 멀쩡해도 장애인처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계속 희망전도사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장애가 있음에도 불굴의 의지로 사는 사람들의 특징은 그들 뒤에 부모가 있어 그들을 끝까지 돌본다는 사실이다. 부모가 그들을 긍정과 희망으로 감싸지 못했다면 지금의 지선도, 세진도, 닉 부이치치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장애우들의 뒤에는 반드시 긍정의 부모가 있다. 부모들의 뼈를 깎는 희생이 장애우 자녀를 훌륭히 키워낸다.

<장자> 덕충부(德充府)에 있다. “내면의 덕이 뛰어나면 외형 따위는 잊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잊어야 할 외형의 것은 잊지 않고, 잊어서는 안 될 내면의 덕에 대한 것은 잊고 산다”고. 닉 부이치지, 김세진, 이지선을 포함해 희망을 전하며 살아가는 모든 장애우들. 그들 모두 내면의 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역경 속에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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