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등국가 대한민국

2013-09-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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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시인)

일등이란 순번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몰라도 일등을 좋아하는 나라는 단연 한국이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세계 제일을 내세우는 일이 많고 세계 최초를 내세우는 일이 빈번하게 많다.

역사적으로 국민들이 오랫동안 배고픔에 헤어나지 못했고, 외세에 눌려 어깨를 제대로 펴지 못하였고, 많이 배우지 못해 어느 누구에도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했던 백성들, 달리는 경부선 열차의 차창을 지나치는 철길 옆의 초가집을 보고 “한국은 참 발전한 부자 나라입니다. 돼지를 저런 초가집을 지어 키우다니! 이런 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습니다!” 어느 한 미국관리가 한 경탄의 말.


6.25전쟁이 끝나면서 참담한 환경에서 눈을 뜬 백성, 아니 부모들은 교육만이 성공하고 잘 사는 길로 접어드는 문이라고 여기면서 그 열쇠로 교육을 선택하고 자식들을 위해서 피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대학을 보내고 대학원을 보내고, 어떤 부모들은 유학까지도 보내면서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소위 죽기 아니면 살기로 했다.
피땀으로도 되지 않으면 소 팔고, 논 팔고, 밭 팔고, 힘든 빚까지 내면서 자식들의 교육에 모든 희망을 걸었던 세계 제일의 교육열. 그 결과 몇 십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은 경이적인 경제 발전으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 대국의 순번에 끼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그때의 부모들은 거의 다 세상을 떠났거나 초 고령의 노인이 되어 사회 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빈 하늘을 무심히(?) 바라보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인성교육의 중요함을 모르고 인성교육을 뒤로 제쳐놓은 결과다. 사회가 점점 더 뒤숭숭 해지고 험악해 지니까 역사교육이다. 인문교육이다 하면서 새삼 인간으로서의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학교 교과서를 재편성하면서 사회성을 다시 정립하려 한다.

지금까지의 교육의 결과, 부모자식의 관계가 모래밭 같이 조각났고, 부부간의 관계가 사랑의 관계 대신 이해의 관계로 발전을 해 왔다. 부모를 모시자고 하면 이혼의 조건이다. 세계 제일의 이혼율, 세계 제일의 자살률, 세계 제일의 사기율, 세계 제일의 부정을 세계 제일의 정치싸움, 세계 제일의 교통사고율, 세계 제일의 이기심, 세계 제일의 개인 가계부채율, 세계 제일의 폭행율, 세계 제일의 음주율, 세계 제일의 음란율 등등…

이런 정도라면 어디를 가도 부끄럽지 않겠는가! 그런 가운데에서도 크게 위안이 되는 것은 한국의 산천이 세계 제일로 아름답다는 데에 있다. 스위스가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한국의 산천만은 못하다.

그런 산천을 사랑을 아는 순한 품에 품고, 삶에 여윈 가냘픈 등에 지고 사는 사람들이 왜 악인을 닮아가고 악인이 되어 갈까? 세계 제일의 나라, 선한 일에 세계 제일이 되고 행복한 인생에서 세계 제일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차라리 기도가 되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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