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생은 맹인모상(盲人摸象)

2013-09-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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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규(목사)

옛날 인도의 한 왕이 신하를 시켜 코끼리 한 마리를 몰고 오도록 했다. 그리고는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 여섯 명을 불러 손으로 코끼리를 만져 보게 했다. 왕은 코끼리를 만진 맹인들에게 각각 자신들이 만져본 코끼리에 대해 말을 하도록 했다.

제일 먼저 코끼리의 이빨(상아)을 만진 맹인이 말을 했다. “코끼리는 먹는 무같이 생겼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귀를 만졌던 맹인이 말했다. “아닙니다, 코끼리는 곡식을 분리 할 때 사용하는 키같이 생겼습니다.” 옆에서 다리를 만진 맹인이 나서며 큰소리로 말했다. “둘 다 틀렸습니다. 제 생각엔 마치 커다란 절굿공이 같이 생겼습니다.”


맹인들이 옥신각신 하는 사이에 등을 만진 이는 평상 같이 생겼다고 우기고, 배를 만진 이는 장독같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꼬리를 만진 이는 굵은 밧줄같이 생겼다고 외치는 등 서로 다투며 시끄럽게 떠들었다.

왕은 그들을 모두 물러가게 하고 신하들에게 말했다. “신하들은 들어라. 코끼리는 하나이거늘, 저 여섯 맹인은 각각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을 코끼리로 알고 있으면서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자기주장만 펼치고 있다. 진리를 아는 것도 이와 같은 것이니라.” 이는 열반경(涅槃經)에 나오는 맹인모상(盲人摸象)에 대한 우화다.
사람이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바른 눈과 깊이 있는 생각을 통한 슬기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것으로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알고 있는 만큼만 이해하고 알고 있는 것을 고집스럽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려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기 위한 것이다.

코끼리의 전체를 본 사람은 맹인이 자기주장을 펼친 것이고 전체를 말하기에는 틀렸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이는 분명 일부만 말하는 자기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을 하지 않아도 안다.

사람의 생각은 그 틀에서 벗어나야 남을 이해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나만 옳고 남은 틀리다는 논리는 분명히 잘못된 생각이다. 내가 옳다고 주장하는 대신 남의 주장도 옳다고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이 되어서 내 주장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 오해도 없고, 적도 없고, 인생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인생은 한 방향이 아니고 여러 방향임을 체험하게 된다.

자신의 생각도 없이 남의 말에 쉽게 따르는 것도 좋지 않지만, 자신만이 옳다고 자기주장만을 계속 고집하는 행위는 그 아집과 고집과 이기심으로 인해 인간관계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는다. 사람은 사람의 생각을 다 알지 못한다. 하물며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뜻을 다 안다고 하는 것은 맹인모상이다. 오늘도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순응하고 살 뿐이고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사는 것으로 하나님에 대한 피조물로써 감사의 한 표현 방법일 뿐…

“그리스도의 평강이 너희 마음을 주장하게 하라 평강을 위하여 너희가 한 몸으로 부르심을 받았나니 또한 너희는 감사하는 자가 되라.”(골로새서 3장 1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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