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신발은 걸치는 옷이 아니다
2013-09-24 (화)
장원호
한국과 미국의 신발문화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한국에서는 하이힐이나 구두를 신고 출근했다가 사무실에서 편한 슬리퍼로 갈아신는 반면, 미국에서는 편한 운동화나 플랫슈즈를 신고 출근했다가 사무실에서 하이힐로 갈아 신는다는 점이다. 그러다 최근 한국에서 미국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뉴요커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하려는 경향이 생겼다고 한다. 이젠 한국에서도 큰 가방에 워킹화나 하이힐을 넣고 다니며 거리에서는 워킹화를 신고 필요할 때만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차이점은 한국인들은 어떤 스포츠나 레져활동을 시작할 때 관련 장비를 잘 갖춘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도 나타나는 경향인데, 골프, 낚시, 테니스, 하이킹/등산/캠핑, 사이클 등등 무엇을 하더라도 거의 최고가의 관련 장비와 복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상품들과 장비들을 보고 혹자는 뒷산을 오르는데 히말라야 등반용 장비와 복장은 필요 없다며 비판적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래도 올바른 복장을 갖추고 준비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간혹 기능성 신발을 맹신하여 오해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톱스타를 기용한 한국의 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워킹화 광고에서 “아웃도어에서 이 정도인데 도시에선 날아다니겠네”라는 말은 마치 아웃도어에서 편한 신발이 도시에서도 더 편할 것이다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점원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골프화, 테니스화, 등산화 등 그 기능성을 먼저 확인하고, 이후 디자인과 색상에 따라 마음에 드는 신발들을 구입한다. 이렇듯 스포츠와 레져에서는 디자인과 색상만큼 중요시되는 그 기능성이 왜 평소에 신는 신발에서는 중요시되지 않는가? 우리가 깨닫지 못하지만 일주일 중 가장 많이 하는 운동이 걷기인데 왜 걷기위한 신발을 살때는 주위의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고 디자인과 색상만 보고 구입을 결정하는가?
족부과 병원에 내원한 환자에게서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진료 정보는 환자가 신고 있는 신발이다. 족부과 의사는 신발을 살펴보고 환자의 보행습관, 병변 부위와의 관련성, 족부의 생체공학적 분석 등을 통하여 진료에 이용하는 만큼, 이번회와 다음회에 걸쳐 족부 건강의 기본이 되는 신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 중에서도 이번회는 올바른 워킹화 고르는 팁을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이번 팁은 정말 간단한 설명이므로 자세한 조언은 전문가와 상담하도록 권하고 싶다. 전문가라 함은 족부과 의사 (Podiatrist)와 함께 C. Ped(Certified Pedorthist, 족부기공사)가 있는데 족부기공사들이 상주하는 신발가게들도 있으니 필요한 경우에는 이러한 신발가게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올바른 워킹화를 고르기 위한 첫번째는 올바른 사이즈의 신발을 찾는 것이다. 당연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당신의 신발장에 작지도 크지도 않은 신발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점을 상기해보라. 신발은 작아도 커도 보행에 지장을 주고 각종 족부질활을 일으킨다. 신발을 살 때는 되도록 아침은 피하고 저녁에 사도록 한다. 발은 저녁이 되면 조금 길어지고 부을 수 있기 때문에 오전 중에 조금 끼는 듯한 신발을 사는 것은 금물이다. 또한 한국인들의 발은 서양인들의 좁고 긴 발과 달리 발 볼이 넓은 편이므로 발의 길이만큼이나 발의 폭이 맞는 신발을 찾는 것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둘째로 워킹화를 살 때는 반드시 신발의 앞뒤를 잡고 가운데로 구부려서 신발의 어느 부분이 접히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이는 걸을 때 발을 디뎠다가 떼는 순간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걸을 때 어느 부분이 접히는가? 발 중간인가? 아니다. 발가락과 발바닥의 경계 부분이 접힌다. 반면 아치가 있는 발 중간 부분은 보행 시 반드시 지지되어야 편히 걸을 수 있다. 따라서 신발 한 가운데가 휘어지는 신발은 보행 시 발을 지지해줄 수 없으며, 신발의 앞쪽 1/3 지점이 접히는 신발이 보행에 편한 신발이다.
일란성 쌍둥이조차도 발 모양이 다르고 그 근육골격이 달리 발달하는데 하물며 자신에게만 딱 맞는 기성 신발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다. 게다가 신발은 매 걸음걸이마다 체중을 지탱하며 발 밑에 부착되어 있는 기능성 장비이다. 맞춤정장이 개개인의 몸 특징에 꼭 맞춰 옷 태가 나고 편한 것처럼 맞춤 신발은 그 이상으로 편하다. 하지만 맞춤신발을 구입할 수 없다면 신중하게 시간을 투자해야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고를 수 있다.
당신이 스티브 잡스가 아닌 이상 공식적인 자리에서 청바지를 입고 워킹화를 신고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때와 장소에 맞는 또 격식에 어울리는 신발이 필요할 것이다. 그 신발이 멋지고 당신의 스타일과 품격을 높여준다면 신어라. 하지만 편한 신발이 아니라면 꼭 필요한 때와 장소에만 제한적으로 착용하라.
다음 회에는 신발의 각 구성부분을 알아보고 신발의 기능성에 충실한 신발은 어떤 것인지 신발 종류의 예를 들어가며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