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든 물체는 보고 듣는다

2013-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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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추석연휴 특집으로 어느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이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식탁을 바꾸는 긍정의 힘’이라는 부제 하에 ‘기적의 밥’ 프로는 유리병 3개에 각각 밥을 담아 같은 장소에 4주 동안 두었다.한쪽 밥에는 ‘사랑해’ 등 긍정적인 말을 해주고 다른 쪽 밥에는 ‘미워해’ 하는 부정적인 말을 하면서 일정기간 후 살펴보니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 밥에는 향긋한 냄새와 누룩곰팡이가 피었고 ‘미워해’하는 말을 들은 밥에는 악취와 검은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술과 콩나물, 와인 등에도 같은 실험을 해보았는데 결과는 마찬가지, 긍정적인 말을 한 쪽과 부정적인 말을 한 쪽의 결과가 확연히 차이가 났다.

1960년대에 미국의 과학자 클리브 백스터가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하여 실험을 하다가 우연히 식물도 인간과 비슷하게 감정이 있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하여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식물의 기억을 연구하기 위해 백스터는 두 그루의 행운목을 같은 방에 놓은 후 한 학생을 시켜 특정한 식물 앞에서 다른 식물을 훼손하게 했다. 그 후 이 학생을 다른 학생들 사이에 섞고 모두 같은 복장에 같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살아남은 나무 앞을 걸어가게 했다. 마지막으로 나무를 훼손시킨 학생이 지나가자 살아남은 나무가 즉각 격렬한 신호를 보내 두려움에 떨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의 연구는 ‘백스터 효과’라 이름 지어졌다.

또 버지니아 주 작은 도시에 사는 두 소녀는 탁자 위에 노란 꽃을 담은 두 개의 컵을 나란히 놓았다. 왼쪽 컵에는 ‘네가 싫어, 못생겼어’ 했고 오른쪽 컵에는 ‘아름다워, 네가 좋아’ 하고 속삭였다. 얼마 후 ‘못생겼어’ 한 꽃은 시들어버렸고 ‘네가 좋아’ 한 꽃은 오래 피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일정기간 음악을 들려주면서 키운 오이는 잎과 줄기가 싱싱한데 같은 환경에서 음악 없이 자란 오이는 잎과 줄기가 적다는 실험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자주 듣다보니 모든 사물을 예사롭게 대할 수가 없다.


얼마 전, 6년동안 타고 다니던 SUV를 트레이드 인 했다. 한 번의 작은 사고기록이 찻값을 적정가격보다 3,000달러나 다운시켰고 나머지 찻값으로 다운페이 한 다음 원하는 차를 1주일간 기다렸다. 혹여 차에 상처가 날 까, 노심초사하면서 타던 그 주에 온 가족이 브루클린으로 가면서 타고 있는 차에 대해 말했었다.

“이 차 너무 커. 트레이드 작년에 해야 했는데....”, “이 차 듣는다. 아이 대학 4년 동안 얼마나 많은 짐을 기숙사로 실어 나르고 집으로 실어오고 했는데.”
“맞아, 이 차 새로 사서 학교 친구들하고 여기저기 많이 다녔어.”, “그러네, 한국에서 손님 왔을 때도 공항으로, 관광지로, 모두 이 차에 태워 돌아다녔지.”, “그동안 고맙게 잘 썼어.”

우리는 저마다 다투어 타고 있는 차의 마음을 달랬고 그동안 수고했음을 치하했다. 그 주말에 헌 차를 보내고 새 차를 맞았다. “예쁘네. 잘 부탁해 ”하면서 새 차와 인사했고 헌 차를 산 딜러에게는 “좋은 주인 만나게 해 달라”고 하자 그도 “좋은 곳에 입양 보내겠다”고 약속했다.식물이나 동물이나 모든 사물에는 보고 느끼는 감정이 있다면, 하물며 사람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분명해진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하거나 못하거나, 엄친아이거나 문제아이거나에 상관없이 부모는 좋고 긍정적인 말과 태도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아이의 언행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나름, 잘 했어’하는 말과 ‘싹수없는 녀석’이라는 말의 차이는 이후 엄청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오이씨 하나가 알면 무얼 안다고 ‘사랑해’와 ‘미워해’ 한마디 말의 차이로 잎과 열매가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의식 있는 사람에게 사랑과 정성이 들어가면 그 아이는 어떤 힘든 일도 슬기롭게 헤쳐 갈 힘을 얻을 것이다. 좋은 마음으로 듣고 보고 말하기가 얼마나 중요한 지, 이번에 차를 바꾸면서 새삼 느끼고 있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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