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가위

2013-09-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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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경제팀 차장대우)

지난해 퀸즈 식물원의 설날 행사에 취재를 갔었다.중국 전통 춤인 용춤 등이 공연되고 참가 업체나 참석자들이 중국 사람들이 대부분인 사실상 중국계 설날 행사였다. 당시 한국 기업도 참가해 시식 및 경품 행사를 진행, 참석자들의 많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내달 10월에는 뉴욕에서 추석대잔치가 있다. 행사를 주최하는 뉴욕한인청과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 대해 한국 기업들의 태도가 너무나 소극적이다”며 “중국계 행사에는 최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 대기업은 후원 요청을 위한 미팅 조차도 잡아주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오히려 중국 및 일본계 휴대전화 및 전자업체 등 대기업들이 후원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한국 명절이 이들 타민족들의 후원행사로 치뤄지면 안될것 같아 일단은 이들의 제안을 보류중”이라고 덧붙였다.

예산이 부족해도 한국 추석이 타민족 행사로 비춰질까 하는 우려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말이었다. 다수의 한국 기업들이 후원하는데 한두개 타 아시안 민족 기업이 섞여 있으면 모를까, 그 반대라면 행사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지난해 미동부 추석대잔치에 취재를 갔을 때 기아, 현대 등 자동차 업체를 제외하고는 한국계 기업 행사를 찾아보는 것은 어려웠다. 앞서 퀸즈 식물원에서의 설날 행사에 참가했던 한국 기업도 한인들의 추석행사에서는 자취를 감추었었다. 대신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렸던 중국계 행사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후원이야 기업 내부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5년전만 해도 적극적으로 한인 행사에 참여하던 몇몇 대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를 잡자마자 한인 행사에서 등을 돌리는 것은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씁쓸하다.

한 식품 업체에 대해서는 불매 운동을 전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한인 단체 내부에서 나온다니 보기보다 배신감과 갈등은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제품을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애용했던 고객들은 정작 한인이었는데 그 발판으로 브랜드 파워가 커지니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이 이들의 불만이다.

10월은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한 한인 축제가 뉴욕 곳곳에서 매주 펼쳐진다. 비록 한국에서 보낼 수는 없지만 한민족의 명절인 한가위를 되새기며 누구의 가슴에도 앙금이 쌓이지 않는 모두에게 행복한 축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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