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할리웃영화와 한인제작영화

2013-09-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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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석(전 퀸즈한인회 회장)

미국 극장을 가보면 반가운 현상을 볼 수 있다. 자주 한국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미국극장에서 한국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한국에서 제작된 한국영화는 한국어대사여서 영어자막을 단 채 미국극장에서 상영되는데, 요즘은 할리웃에서 직접 영화를 감독하는 한국감독이 늘고 있다. 할리웃영화계의 첫 번 째 개척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코미디언 심형래씨다. 그가 영화감독으로 데뷰하더니 <디 워(2007년)>를 LA에서 제작하면서 할리웃에 진출했다. 헐리우드 사람들을 일부 고용해서 제작한 이 영화는 한국의 이무기가 LA도심지를 누비는 장면이 압권이다.


심형래씨는 <라스트 갓 파더(마지막 대부)>란 영화로 다시 할리웃로 재진출했다가 흥행에 참패했다. 그의 영화사업은 500만 달러의 빚을 지고 폐업했고, 개인도 파산을 신청했다. 할리웃의 문턱은 그만큼 높다.한국감독들이 올 들어 미국에 다시 진출하고 있다. 김지운 감독이 <터미네이터>의 아놀드 슈와제네거를 캐스팅한 영화 <라스트 스탠드>를 올해 초 미국에서 개봉했다. 제작비가 무려 5,000만 달러였지만 흥행에선 참패했다.

<올드보이>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 역시 1,20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할리웃 데뷔작 ‘스토커(Stoker)’를 지난 3월 개봉 했다. 여배우 니콜 키드만을 앞세웠지만 흥행은 저조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요즘 한국에서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제작비만 4,200만 달러를 들인 이 영화는 전 세계 160개 국가에서 거둬들인 판권수입만 2,000만 달러다.결국 할리웃에서 영화 한편 잘못 만들면 쪽박을 차는 것이고, 흥행에 성공하면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다.

할리웃영화는 갈수록 대형화 추세여서 한편의 평균 제작비가 8,000만 달러에 달하고, 영화 배급 및 마케팅비용은 제작비의 약50%가 들어간다.이 험난한 곳에서 한인 3세 여성이 할리웃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10여 년간 할리웃에서 대본작가 및 조감독으로 활동해온, 할리웃 유일의 한인여성감독 크리스틴 유가 미국 촬영감독과 스탭진을 고용한 후 한국의 강혜정, 미국의 브라이언 티, 한국계 코미디언 마가렛 조 등을 내세우며 한국과 LA를 오가면서 할리웃 최초의 한미합작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웨딩 팰리스>는 한인 2세와 한국여성의 결혼문제와 사랑을 코믹하게 다룬, 온 가족이 즐겨볼 수 있는 유쾌한 가족영화다.

몇몇 한국 기업들의 협찬과 미주 한인들의 촬영 협조로 4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웨딩 팰리스>는 그동안 마케팅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개봉을 미뤄오다가 주위의 도움으로 9월 27일 맨하탄과 LA, 하와이에서 역사적인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하와이 사탕수수밭 이민자 손녀인 한인 3세가 제작, 감독한 <웨딩 팰리스>의 미국극장 개봉은 한인사회에서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다.

한인 2세, 3세들이 앞으로 할리웃영화계에서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한인사회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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