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검찰총장의 낙마

2013-09-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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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한국 검찰총장이 취임 반년 만에 사표를 냈다. 조선일보가 그의 "혼외자녀" 스캔들을 대서특필하여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박근혜정부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의 비리를 조사하라"는 감찰지시를 내리는 등 주거니 받거니 권언유착의 쇼가 벌어지면서 견디지 못한 채 총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것이다.

조선일보가 이번에 채 총장을 조준 사격, 낙마시킨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채 검찰총장이 지휘한 한국검찰은 지난 대통령선거 때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사실을 밝혀내고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을 선거법위반으로 그리고 수사지시를 받은 경찰청장이던 김용판이 오히려 부하들의 수사를 방해한 사실도 밝혀내고 이들을 기소하였다.

채 총장은 직근 상사인 법무장관 황교안이 적당한 선에서 수사를 끝내고 기소하지 말라는 여러 차례에 걸친 암묵적 지시를 무시하고 최소한도의 검찰본연의 자세를 지켜 임무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력의 시녀라는 비난 속에 국민신뢰를 잃었던 채 총장 휘하의 한국검찰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와 기소, 전두환 추징금 징수, 원전비리, 파헤치기 등으로 국민의 박수를 받는 대신 권력의 눈 밖에 나게 됐다. 연일 이어지는 촛불시위는 정통성 시비로 번져 권력의 정상에 오른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고 자칫 정권위기로 까지 발전 할 수 있게 됐다.


신문기자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그래서 국정원 같은 권력기관 아니면 뽑아낼 수 없는 개인의 깊은 신상정보를 건네받은 듯 기자는 채 총장의 혼외아들이라고 알려진 11살 어린 소년의 학적부까지 샅샅이 뒤지며 채동욱의 주변을 훑었다.
그들에겐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우선 망신을 주는 여론을 조성, 그를 검찰총장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급선무.

프랑스의 미테랑 전 대통령의 혼외자녀 사실을 들춰내 보도한 그곳 3류 주간지를 "하수구 저널리즘" 이라고 매도하였던 한 외국신문의 예를 인용하면서 이번에는 스스로가 하수구가 되어 이 땅의 권력자의 성추문을 감싸던 자칭 일류신문이 이번에는 스스로 하수구가 되어 떠맡아 나선 것이다.

잊을 만해지면 권력의 톡톡한 보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권력이 옮겨지는 짧은 기간, 청와대가 잠깐 방심한 사이 총장으로 발탁된 채동욱. 그는 새 정권이 검찰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기 전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꿈을 펴보려다 좌절한 것일까? 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대검의 김윤상 감찰 1과장은 "못난 법무장관"이라고 비난하며 동반사표를 던졌다. 일부 평검사들의 반발기류도 확산되고 있다.

자칫 검란으로 번질 위기를 감지한 듯 청와대는 사표수리를 아직 안했다고 한발 빼면서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촛불시위, 국회의원 이석기의 내란음모, 이번 채 총장의 낙마사건 등 한국 정치판은 조용한 날이 없다.

국가형벌권을 행사하는 헌법기관으로서의 검사-권력으로 부터 독립하여 정의를 실현한다는 막중한 책임과 명예에 걸 맞는 검찰상이 한국에서는 언제나 실현 될 수 있게 될까?

이광영<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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