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신이 선택하는 생활상

2013-09-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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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교육가)

일상생활은 선택의 모음이다. 즉 먹고, 입고, 일하고, 만나고, 쉬는 방법 등은 각자의 취향과 능력에 따른 선택의 한 묶음이다. 이 다양한 선택 과정은 별다른 의식이 없이 자연스럽게 마음이 흐르는 대로 따른 결과가 일상화된 생활 습관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는 제법 생각을 거듭한 자기 자신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자기 자신의 표현이란, 삶의 목적이 될 수 있다. 즉 나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는 방법인 동시에, 나 자신을 뚜렷하게 알리는 방법이 된다. 우리는 그 차이점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기 보다는, 그 차이점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대담하게 마음 놓고 선택의 자유를 구가한다.


선택도 하나의 능력이다. 생활 용품을 살 때의 선택이 대수롭지 않게 보이지만, 그가 체험한 생활 양상이 반영된다. 친구를 선택하는 방법을 보면, 그가 가진 마음의 흐름을 알 수 있다. 대학, 직장, 배우자 선택은 뚜렷하게 그의 인생관을 보여 준다. 이와 같은 관찰은 선택의 우열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다양성을 알려 준다. 그러나 때로는 예삿일로 보이는 선택과정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 될 때 틀림없는 하나의 생존을 위한 능력이 된다.

선택의 크기나 폭은, 자유 향유량과 정비례한다. 밥을 먹어라. 밥이나 국수 중 어느 것을 먹겠니?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골라서 먹어라. 이상 세 가지 중 어느 것이 선택의 폭이 넓은가? 또 자유의 폭이 넓은 것은 어느 것인가? 선택과 자유는 어떤 관계가 있나? 이와 같이 생각의 폭을 넓혀 가면 선택과 자유의 관계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선택의 폭은 바로 자유의 크기다.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와의 선택 기준이 판이한 차이를 보이는 세 가지가 있다. 바로 전공과목 선택, 직업 선택, 배우자 선택을 말한다. 부모는 기존 사회에서 겪은 체험을 통하여 지혜롭게 선택한다고 믿는다. 자녀는 자신의 능력이나 취향이 시대에 적합한 선택을 하였다고 믿는다. 여기서 생기는 거리를 좁히는 열쇠가 있다. 자녀는 부모의 사랑과 체험을 믿고, 부모는 자녀의 능력과 새로운 시대감각을 인정하고 서로 논의하는 일이다.

결국 각자가 가지고 있는 바탕을 인정하고 의논을 하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되면 대학에서 전공과목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후회하는 일을 막을 수 있겠다. 또 배우자 선택이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불편함을 막을 수 있겠다. 결국은 자녀가 사물, 친구, 직업, 배우자, 생활 방법을 적절하게 취사선택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성장기에 도울 수밖에 없다.

선택은 즐거움이다. 일상생활에서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일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것은 결코 귀찮은 일에 속하지 않는다. 생활 주변에서 이것저것을 선택하는 과정은 자기표현의 방법이고, 성장의 기록이기 때문에 즐거움을 느낀다. 우리는 물건이나 일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정서적으로 세련되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기쁨을 느낀다.

선택은 미래를 향하고 있다. 사물의 좋은 선택은 자기 성장을 뜻하며, 이는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다. 어떤 개인이 점차로 세련되는 과정을 미래가 조용히 지켜보며 기다린다. 무엇이나 선택할 기회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지혜이며, 우리는 기회가 올 때마다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노력하는 습관을 기르면 도움이 된다. 이런 습관은 아무렇게나 살지 않는 생활 태도의 밑바탕이기도 하다.

선택의 폭은 넓을수록 좋다. 작은 것에서 큰 것까지,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까지, 가정사에서 국정까지, 개인의 장래에서 인류의 미래까지…….선택의 폭을 넓혀가는 것도 삶의 즐거움이다. 생활 주변의 일을 처리할 때마다 ‘내 선택’에 따른다는 일은 얼마나 뜻이 있고, 즐거운 일인가. 이런 습관이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길러진다면, 그는 더 생동감이 넘치는 즐거운 생활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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