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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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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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경제팀 기자>

다양한 업종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한인 업주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다들 티켓 때문에 죽을 맛이라는 푸념들을 많이 듣게 된다. 바로 시와 주정부에서 나오는 인스펙션 때문이다. 한 업종이라 하더라도 각자 관할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2~3군데 기관의 인스펙션은 기본이다.

뉴저지 세탁소의 경우 환경국, 소방국, 소비자보호국 등에서 검사관이 각자 다른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인스펙션을 실시한다. 이렇게 검사관이 한번 떴다하면 건당 250달러에서 시작해 한번에 수천달러까지도 벌금이 부과된다.


물론 이 체크리스트는 소비자 권리와 환경 보호, 재난 방지 등 비즈니스 업주로서 반드시 지켜야할 사항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불필요하거나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항목들도 많다. 별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은 사항에도 티켓을 발부하는 등 인스펙션이 지나치게 까다로워진다는 지적도 있다.

인스펙션이 소비자의 권익과 안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벌금을 더 매기기 위한 것으로 주객전도가 되어가고 있다는 빌 데 블라지오 뉴욕시 공익옹호관의 자료에 따르면 뉴욕시가 벌금을 통해 거둔 수입은 2002년 4억6,700만달러에서 2011년 7억9,300만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달 뉴욕시의 한 세탁업소에서는 여성 블라우스와 남성 셔츠의 가격을 다르게 매겼다는 이유로 티켓을 받은 사례를 기사로 다뤘다. 시 소비자보호국은 남성과 여성을 구별해 별도로 가격을 부과하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기사를 보고 전화를 했다는 한 세탁소 업주는 "블라우스와 셔츠는 엄연히 다른 옷 종류로 백화점에 가도 다른 이름으로 구분을 해놨는데 왜 이게 성차별적인 가격이 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필자도 ‘이건 좀 너무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현재로선 업주들이 명시된 규정을 준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요식업, 세탁소, 네일업소와 같이 한인들이 다수 운영하는 업계의 한인들은 이런 불합리한 규정에 대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곧바로 규정이 바뀐다는 보장은 없지만 불공정한 티켓에 끙끙대는 것보다는 시도라도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뉴저지한인세탁협회는 주환경국과 지난해부터 1년간의 회의와 로비 끝에 올해말 이후 사용이 금지됐던 3세대 퍼크장비를 계속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이로써 대부분 3세대 퍼크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한인 세탁서 업주들은 수만달러에 달하는 기계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됐다.

협회는 최근 새로운 세탁소 허가규정을 완화해 줄 것을 요청하는 청원운동을 벌이고 환경국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많은 한인 업주들이 새벽부터 밤까지 생업에 매달리느라 시간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업주들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의견을 전달하지 않는데 규정이 바뀌지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는 점은 주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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