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랍비 히렐과 세상의 빛

2013-09-04 (수)
크게 작게
바벨로니아에서 한 청년이 이스라엘로 유학 와 두 명의 위대한 랍비 밑에서 공부를 했다. 그는 먹고살기 위해 밥벌이에 나섰는데 하루 겨우 동전 한 닢밖에 벌수가 없었다. 그 동전의 절반은 최저생계비에 쓰고 나머지 절반은 수업료에 썼다. 그나마 잡이 떨어져 듣던 수업을 계속 들을 수가 없었다. 향학열에 불탄 나머지 그는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 지붕위로 올라갔다. 매일 밤 그는 굴뚝에 귀를 대고 아래쪽 교실에서 흘러나오는 강의를 들었다. 어느 날 강의를 듣다가 잠이 들었다. 추운겨울 밤새 내린 눈이 그의 몸을 덮어 버렸다.

이튿날 아침 교실 안이 여니 때와 달리 어두컴컴했다. 모두들 천장을 올려다보니 천정에 붙은 채광용 유리창에 누군가 엎어져 있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데려다 몸을 녹여 주고 기운을 차리게 해주었다. 그로부터 그는 수업료를 면제받았고 이를 계기로 전 유대학교의 수업료가 무료 실시되었다고 한다. 이 청년은 졸업 후 유대인에 귀의하게 된다. 그가 바로 저 유명한 이스라엘 역사의 3대 최고 랍비 중 하나인 히렐이다. 히렐은 매일 구름처럼 몰려드는 수많은 이스라엘 젊은이들의 질문공세에 일일이 답해주며 그들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면서 마음 문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그는 “여러분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고 하였으며, 배움의 목적은 인류사회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대인의 뜨거운 교육열은 이스라엘민족이 오늘날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민족 최고의 두뇌, 최고부호, 성공집단을 속속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우리 선조들도 일찍이 “사람은 열 수레의 책보다도 한권의 참 진리의 책을 봐야 한다.”고 하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도 미국의 대통령이 된 에이브라함 링컨의 경우도 목표가 성경책 한 권 속에 든 이 세상 모든 진리와 철학을 두루 섭렵하는 것이었다. 현대문명의 비평가이자 인생 교사로서 사상계에 군림했던 러시아의 대 문호 톨스토이는 교육사회에 이바지한 큰 인물로 남아 있다.


그의 이런 결실은 젊은 날 방탕생활에서 벗어나 훗날 교육에 심취하면서 이루어진 결과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미 어릴 적부터 무엇이 되겠다는 계획을 갖고 기초를 열심히 닦았다고 한다. 오늘의 그 위치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제 며칠 있으면 자녀들의 개학이다. 어떻게 하면 자녀교육에 성공을 가져올 수 있을까? 이는 한인부모 모두의 바람이자 열망이다.

한인 1세대의 교육열은 누가 뭐래도 유대민족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한국인의 뜨거운 교육열은 오바마 대통령도 종종 이를 거론하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부모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2세들도 세계 어느 곳에 가도 뒤지지 않는 인물이 될 수 있다. 자녀의 학교성적, 명문대학 진학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훗날 사회에서 쓰임받는 인물이 될 수 있을까 지켜보면서 힘껏 밀어주어야 한다. ‘하면 된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다.

유대인아버지는 자녀가 성인이 되는 13살이 될 때 까지 교육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진다. 자녀교육을 하루 돈벌이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식일 날 유대 아버지는 언제나 아이를 한명씩 방으로 불러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한 주 동안 있었던 일, 공부에 관해 들어보고 조언을 해준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자율성, 그리고 인내심을 기른다고 한다.

우리 자녀들에게도 이런 교육이 꼭 필요한 게 아닐까. 역사적 위인들이 열심히 지식을 쌓아 정상에 오르려고 했던 궁극적인 목적은 다름 아니라 바로 유대랍비 히렐의 말처럼 평화를 사랑하고 평화를 구하고 인류사회 평화에 공헌하는 것이었다.

여주영 주필juyoung@koreatimes.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