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명의 비밀

2013-08-3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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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일상에서 경험하는 짧은 여행을 통해 발견한 신비한 생명의 비밀 한 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시중에 유명한 약하나가 만들어지는 데는 약 10년의 기간 동안 R&D와 임상실험을 하는데 약 10억 달러의 투자가 든다고 한다. 모든 의약품은 몸 밖에서 들어오므로 부작용(Side effects)이 있단다. 의학의 발달에도 불구, 질병 치료를 위해 쓰여지는 비용은 일상 생활비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웰빙(Well Being)을 위해 건강에 좋다는 음식과 운동에 대해서 돈을 아끼지 않는다. 나아가 소식을 하기 위해 돈을 써서 다이어트를 한다.

지난 주말 개최된 주재원클럽(KOSEM) 하계 수련회 때다. 장소는 Upstate NY의 허름한 농장. 참가자들은 도착하자마자 더덕백숙과 송어활어회로 가볍게 입맛을 돋우었다. LA 갈비가 익기 전에 캠프파이어 가운데, 사람들은 주옥같은 추억의 음악들을 통기타로 부르며 세속을 떠나 마음에 평화를 느꼈다. 하늘에서는 북두칠성과 북극성, 카시오페이아가 분위기를 더해 주었다. 땅에서는 훈제 갈비의 감칠맛이 혀끝을 통해 온몸을 일깨웠다. 배불리 먹은 후, 살며 생각하며 시간은 삶과 죽음 가운데 인생에 관한 소통의 시간이었다.


인생은 B(Birth)에서 출발해 D(Death)로 끝나는데, 그 사이에 C(Chance, Choice, Challenge, Change)를 거치는 과정이란다. 어느덧 오리온별이 중천에 나타날 무렵, 송어매운탕으로 마무리 하고, 별과 꿈과 달은 무대에서 내려오고, 다음날 여명과 해가 다시 무대 비춰 주었다.

아침에 밤새 끓인 김치찌개로 속을 달랜 후 차로 30분 달려 도착한 곳은 미네와스키 국립공원이었다. 기암절벽으로 둘러쳐진 산꼭대기 호수를 한 바퀴를 걸을 때는 마치 산수화 속에 들어온 그 자체였다. 산정 호수의 바람과 물과 햇볕은 세속의 고뇌를 깨끗이 씻어 주었다. 산 정상에서 푸짐한 점심과 몇 가지 개임과 한바탕 힘겨루기로 웃음꽃을 피웠다. 산 중턱에서 폭포 관람 후, 산 밑에 위치한 전통 독일 토속식당에서 유럽의 향기를 맛본 후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쏟아 내는 말이다. “힐링(Healing)이 저절로 된다. 멋진 자연을 만나는 기쁨과 동료들과의 즐거움, 젊은 시절 추억, 몇 십 년 만에 느껴보는 감동이다. 젊음과 활력이 난다. 피곤함을 모르겠다”.
참가자들의 이런 비슷한 현상은 아마도 엔돌핀의 역할이라고 입을 모았다. 통증 치료와 쾌감을 주는 마약의 일종인 몰핀을 연구하다 발견한 신비의 물질, 엔돌핀(Endorphin, Endogenous Morphine)은 자기 몸에서 나오므로 부작용이 없고, 기쁠 때 우리 몸속에서 소량 분비되는 호르몬으로서 강력한 면역력을 키워 암을 공격하기도 한단다. 이렇듯 진실로 몸에 좋은 것은 공짜다.

더 나아가 이 행사를 준비한 진행자는 참가자들이 기뻐하며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굉장한 감동을 받았고, 그의 몸속에서 ‘디돌핀(Didorphine:엔돌핀의 4000배 효과)’이 나오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이 물질은 극소량이 나오는데, 진리를 깨달았거나, 굉장한 감동을 받을 때 나온단다. 서로 어울려 사랑하고 섬기며, 깊은 감동이 있을 때 비로소 몸속에 감추어진 열쇠가 생명의 비밀을 조금씩 풀어 준단다.

손한익(공인장의사/ KOSEM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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