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9.11테러와 국제정치의 변화

2013-08-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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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리(한미정치발전연구소장)

21세기 벽두에 국제사회는 새로운 헤게모니 질서를 위한 거대한 징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전초가 공산주의 몰락 후 국제무대에서 슈퍼파워 자리를 고수하던 미국의 위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9.11테러였다. 세계경제의 주역을 상징하던 세계무역센터와 세계안보를 책임지며 국제정치의 핵심역할을 하던 펜타곤의 테러는 그야말로 미국의 쇠퇴를 알리는 시발점이 되었다.

그 후 경제력과 정치력 그 두가지면에서 미국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며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되었다. 테러의 발본색원 차원에서 이루어진 대테러전은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을 통해 과도한 국고 낭비로 성과 없는 전쟁이 돼버렸다. 더욱이 두 번의 전쟁을 부시정부는 유엔의 동의 없이 독자적인 결단으로 치루며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었다. 명분 없는 전쟁에 과도한 지출로 미국경제 위기의 주요 원인이 되었음은 물론 국제적 리더십 상실이라는 측면에서 미국의 슈퍼파워 자리는 여지없이 흔들리게 되었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경제위기를 겪으며 곤두박질쳤다.


그렇다면 미국이 주도했던 국제사회 질서가 무너지면서 그 자리를 치고 올라온 중국의 부상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최근 10년 새 미국의 슈퍼파워 자리를 위협할 만큼 급부상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자 전 세계 최대 달러 보유국이 되었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방력강화는 물론 IT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눈부신 발전으로 국제사회의 새로운 강국으로 떠오르며 미국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급기야 미국은 G2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두개의 축으로 중국을 띄우기에 이르렀다. 세계유일의 슈퍼파워 자리를 스스로 내어준 셈이다.

경제위기 해소를 위한 고육지책인 국방예산의 삭감으로 동아시아에서 군사력 감축은 결국 미국의 영향력 감소는 물론 중국의 부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중국은 보란 듯이 일본과의 영토분쟁을 위한 전면전을 불사하며 세력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강화는 미국의 쇠퇴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제 국제사회는 미국의 독주가 끝난 듯하다. 이 모든 것이 9.11테러를 정점으로 발생한 사건이다. 한때 미국경제의 쇠락으로 브릭스(BRICs)의 시대가 예상되기도 했다. 즉 경제 강국으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 새롭게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가며 국제사회를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팽배해 있었다. 그러나 미국발 경제위기가 세계를 휩쓸며 이 또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오직 중국만이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잡으려 선전하고 있다. 2035년이면 중국의 GDP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도 기정사실화 되어 있다.

그렇다면 국제정치의 질서를 재편하고 있는 9.11테러의 원인은 무엇인가. 미국의 중동정책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영토 분쟁으로 대변되는 뿌리 깊은 중동분쟁에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서 전반적인 중동지역의 세력균형정책을 펼쳐왔다. 더욱이 석유 수입의 주 원산지로서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노선은 걸프전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며 중동지역 국가들의 반감을 사왔다. 9.11테러는 미국의 전반적인 대중동정책에 불만을 품은 테러세력들의 미 제국주의에 대한 응징적 차원에서 발생됐다 할 수 있다. 주범으로 지목된 알 카에다의 수장인 빈 라덴의 사살 후에도 중동지역에서의 테러조직들은 근절되지 않고 반미의식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9.11테러를 정점으로 미국의 슈퍼파워 자리가 무너진 것은 9.11테러의 원인을 미국이 제공했고 대 테러전 또한 전반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동북아에서도 테러국가로 지목했던 북한정책의 실패로 미국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북한문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중국임을 스스로 자인하게 된 것이다. 전 세계의 안보를 책임지며 지구촌을 관할하던 미국의 슈퍼파워 자리는 이 두 지역에서의 정책실패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과연 경제력만으로 슈퍼파워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가. 세계 경제 2위를 고수하던 일본이 막강한 국방력에도 불구하고 하루아침에 경제 버블이 거치면서 보통국가로 전락한 것을 보면 여전히 전 세계 최고의 국방력과 경제잠재력을 갖은 미국을 대적할 국가는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때 유럽통합이 경제통합을 바탕으로 국가 간 거대세력을 형성해 미국에 도전하려 했으나 이 또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므로 앞으로 국제사회의 신질서는 9.11테러를 정점으로 무너진 미국이 본래의 슈퍼파워 자리를 어떻게 서서히 회복하는 가에 달려있다. 2020년경이 되면 미국은 서서히 제 위치로 돌아갈 것이고 중국을 비롯한 제3의 강국들은 그들의 몫을 다하려 분투하는 국제사회 신질서에서 하부세력파워를 형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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