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불심검문 없는 뉴욕, 과연 안전할까?

2013-08-29 (목)
크게 작게
함지하 <사회1팀 기자>

한때 온갖 범죄로 얼룩졌다는 오명을 안고 있던 뉴욕시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치안과 안전 문제에 있어 큰 변화를 이뤄냈다. 덕분에 2013년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대도시라는 찬사까지 받고 있다.

30년 넘게 뉴욕에 거주한 한인들은 해가 진 어둑한 거리는 되도록 걸어 다니지 말아야 했고 지하철도 출퇴근 시간 외에는 이용을 꺼려야 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살인사건만 보더라도 뉴욕이 얼마나 안전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발생한 살인사건은 총 417건으로, 1990년 2,262건의 살인사건과 비교했을 때 무려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는 8월을 기준으로 199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9건보다도 이미 26%가 하락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2013년은 역대 살인사건이 가장 적었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처럼 범죄의 소굴 이미지를 벗어낸 뉴욕시의 범죄율이 다시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2002년부터 뉴욕시를 이끌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과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찰조직이라는 뉴욕시경(NYPD)을 이끄는 레이몬드 켈리 경찰국장이다.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찰이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실시해 온 ‘불심검문(Stop and Frisk)’이 최근 연방법원으로부터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폐지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시작한 이 불심검문 프로그램은 시행 초기부터 인종차별 논란이 많았다. 길거리에서 멈춰 세워지는 사람의 대부분이 흑인과 히스패닉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매년 NYPD가 발표하는 불심검문 현황에서도 통상 85~87%의 불심검문 대상자가 흑인과 히스패닉에 집중돼 있다.

불심검문 반대론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경찰의 검문을 받는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아느냐며 집중 포화를 가해왔다. 게다가 뉴욕의 범죄율 하락과 불심검문 사이에 정확한 연결고리가 있느냐고도 질문한다. 범법자들이 집세 등 생활비가 비싸진 뉴욕을 떠났기에 자연스러운 범죄율 하락이 이뤄졌을 뿐 불심검문과의 연관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어쨌건 NYPD는 조만간 불심검문 프로그램에 대한 연방정부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 또한 일선 경찰관들은 자신들의 모든 말과 행동을 녹화할 수 있는 카메라 착용을 의무적으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불심검문을 무조건 없애라는 명령까지는 아니지만 불심검문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는 사실상의 폐지로 보는 것이 맞다.

과연 불심검문 없이도 뉴욕이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낼 수 있을까? 아니 단순한 안전함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대도시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블룸버그 시장은 이미 수차례 이 같은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불심검문의 폐지가 거의 기정사실화된 지금 수많은 뉴요커가 그의 예측이 틀리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