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난도 죄인가

2013-08-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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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민 정<수필가>

고국 방문을 몇 번 하면서 우리나라 생활수준이 많이 향상되어 있음에 매우 뿌듯했다. 국민 전체는 모르나 대충 내 주위에 가족이나 친지들이 하나같이 어렵게 살고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는데 옛날 이민의 문이 열리기 이전이나 지금이나 어렵게 살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가난의 기준, 부의 기준은 어디를 두어야 할지 생각해 보니 그건 마치 생활 기준치를 교육 수준으로 비교 한다면 초등학교에서 중, 고등 지금은 대학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할 수 있는데도 불만은 마찬가지라면 살아가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언젠가 초창기 이민생활에서 어느 부부가 자리를 잡자 자식들에게 본인들이 누리지 못한 부를 맘껏 누리게 해주겠다며 고급 옷에 고가의 놀이기구를 사 주는 것을 보고 이웃에 사는 나로서는 난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자랄 때 항상 돈을 무서워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교훈이 자식 교육에 많은 도움을 주었듯, 돈의 매력이란 어떻게 사용 하느냐에 따라 독이 되고 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하루에 10달러를 쓰다가 20달러를 쓰게 되면 그게 행복일 것이다. 그러나 하루에 100달러를 쓰다가 10달러를 쓰게 되면 그 때부터 불행이 시작 될 것이다. 그렇듯 가난과 부의 차이는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부모들 마음은 어떻게 하던지 공부를 잘 시키면 아이들에게 명예와 부를 안겨줄 수 있고 그건 마치 가난이 죄라도 되는 듯 헌신하다보니 오히려 화를 부르게 되었다.

언젠가 친구 말이 돈이란 생활 유지가 문제가 아니라 품위 유지비가 문제라고 해서 문득 놀란 적이 있었다. 그렇듯 우리가 힘든 것은 바로 그 품위 유지비, 체면, 위신 바로 그거였다.

그렇다고 어떤 모임이나 공공장소에 갈 경우 눈에 띄게 성공해서 폼 나게 차려 입고 가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자존심이 상하게 마련이다. 더욱이 요즘 세상같이 과학문명으로 남들이 누리고 있는 고차원적인 전자 제품을 쓰지 못하면 아이들 역시 소외당하며 부모를 원망 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쫓기는 삶을 살다보면 가정은 엉망이 되며 나중에는 가난을 대로 물려주는 불행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내가 아는 서양인들은 오히려 보잘 것 없는 옛 것을 소중히 여기며 어떤 신부는 결혼 할 때 신랑 고조부가 손수 만들었다는 투박하고 디자인 또한 볼품없는 구리 반지를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귀중한 반지를 받았다고 기뻐하는 것을 보며 그녀 역시 남을 의식하지 않은 어떻게 보면 냉정한 타성이 오히려 진실 돼 보여 내가 그들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건 착각일지 모르나 그것이 바로 현실이 아닐 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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