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의 길이 강 길같이 굽이쳐도

2013-08-22 (목)
크게 작게
김윤태 <시인>

공학에서 “원은 직선의 연결이다” 라는 원리가 있다. 아무리 둥글어도 세분화해서 자르면 직선이 되고 그 직선의 연결이 다만 발향에 따라서 원이 되기도 하고 각이 된다는 이론이다.

강 길도 방향을 따라 굽어 가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고 소용돌이치기도 하면서 뻗어 있지만 있는 길을 다 지나고 나서 바다에 다다라 뒤를 돌아다보면 지나 온 길은 그 길은 그냥 우여곡절을 지나 뻗어 온 길이었지만 그 길은 직선의 길일뿐이다. 삶이 그러하고 인생이 다 그러하다. 살기위해서 둘러 둘러 헤매는 삶의 힘든 길. 그 삶의 길도 다 지나고 보면 직선에 지나지 않는 짧은 길일뿐이다.


노인들에게 물어보면 모두가 인생은 짧다고 말한다. 직선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득을 얻어 보려고 고뇌를 품고 돌려 돌려 궁리를 하면서 살지만 지나고 나면 그 것도 모두 직선이고, 꿈과 흥분을 품고 남녀가 사랑을 이루어 보려고 둥글게 둥글게 맴 돌아 보지만 그 것도 지나고 나면 모두 직선에 지나지 않는다.
삶에는 특별상도 없고, 산다고 겪는 고난의 상도 없다. 삶에 길에는 처음부터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했을 것을 그 것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어제도 할 수 없이 살았고 오늘도 살아가려고 인생이란 직선의 길에서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다. 회색의 깃발이 휘날리는 묘지에 가 보면 삶은 모두 처량한 것이었고 비석을 스쳐가는 바람은 모두가 다 그 증명서를 휘날리다 내려놓는다. 그런데도 삶은 모양을 찾고 의미를 찾는다.

삶과 죽음이라는 뚜렷한 이원성으로 이루어진 생명의 역사에서 의식과 무의식, 기쁨과 슬픔, 밤과 낮, 남과 북, 하늘과 땅, 우기와 건기, 희망과 절망, 남자와 여자, 산소와 수소 등 관계에서 생산이 존재하는 이 이원성을 들락거리면서 전혀 다른 모양으로 변하여 쓰임새가 되는 생소한 내용물을 구하려고 애를 쓰며 오늘도 삶을 꾸려간다.

정신없이 꾸리는 그 삶은 언제나 둥글고 복잡하게 얽혀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가 직선에 불과한 것이다.삶은 직선으로 스치는 아름다움 일 뿐이다. 시간의 역사에는 결코 둥글둥글 돌아가며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삶의 아름다움도 없고 영원한 삶의 아름다움도 없다. 말도 직선이고 시선도 직선이고 냄새도, 들리는 소리도 굽어 오지 않는 직선일 뿐이다.

출근길이나 퇴근길이 아무리 돌고 돌아 굽어가는 길이었지만 그 길도 직선이었고, 죄의 길도 ,선의 길도 모두 직선위에 늘어선 직선일 뿐이었다. 그래서 잘 보인다. 직선에 지나지 않는 인생, 모든 과정과 목적은 직선의 끝이고 그 것을 이루는 수단이 삶인 것이다. 원은 직선의 연결이라 하지 않았던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